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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독일학교서 빛나는 한국 아이들

인서비1 2014. 8. 29. 17:55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독일학교서 빛나는 한국 아이들

 

"저는 공부든 운동이든 음악이든 진짜 재밌어서 하는 거예요. 25개 학교에서 학년마다 가장 빠른 남녀 학생을 뽑는데 거기서 1등 한 거 정말 기뻤어요. 1등에게는 1년간 육상훈련을 받는 쿠폰을 주거든요. 지금은 축구가 더 재밌어서 거절했어요. 얼마 전 한국 갔을 때 5지 선다형 수능문제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자기 생각을 어떻게 5개 중에 하나로 선택할 수 있죠?"

1 '다시 낳아서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


중학생 딸, 아들과 학원 문제로 싸운 뒤 울면서 하소연하던 언니의 말이다. 여름 방학 30일을 강남 일대의 학원가에서 보내는 조카들이 반란을 일으켰나 보다.

"언니, 형부가 오늘부터 마음을 바꿔 먹으면 안 돼? 좀 믿고 지켜보면 안 될까?"

"니가 키워봐라. 독일 같은 교육 천국이랑 우리나라가 같은 줄 알아? 학교 교육에 맡겨 뒀다가는 대학 못 가!"

큰 맘 먹고 국제전화를 걸었다가 야단만 맞았다. 독일 같은 교육 천국…. 사실 독일 교육이 다 좋은 건 아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장단점이 팽팽하지 않겠는가. 교육제도는 사회제도를 따라간다. 독일은 나치 역사를 겪으며 무한경쟁의 폐해를 우리보다 일찍 경험했기에 교육제도의 발상 자체를 완전히 바꿨다. 현재 독일은 각 주마다 약간씩 교육 과정이 다르지만, 추구하는 목표는 같다.






김나지움 학교 축제를 즐기고 있는 윤영인군의 엄마 김리선씨(왼쪽에서 첫 번째)와 영인(두 번째), 동생 수아(오른쪽에서 세 번째).

2 대학 안 나와도 잘살 수 있는 사회제도


한국도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것을 보면 국민들이 교육개혁에 거는 기대와 갈망이 얼마나 절실한지 알 수 있다. 독일의 아이들은 초등학교 그룬트슐레(Grundschule)에서 4년 과정을 끝낼 때 진로를 결정한다. 성적과 적성을 담임이 잘 분석한 뒤에 담임이 대학에 가기 위한 교육을 받을 학생과 직업교육을 받을 학생들을 결정하고 부모와 상담한다.

독일인은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기술자들도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직업학교에 가라는 학교의 권유를 모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독일의 경우 대학에 진학해 졸업하는 비율이 인구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아이들은 학교의 권유에 따라서 기초지식을 배운 뒤에 직업훈련을 받는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5~6년)나, 경제와 행정 분야에서 직업인으로 일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레알슐레(Realschule·6년)에 진학하거나,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는 김나지움(Gymnasium·8년)에 입학한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학교와 국가의 결정에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 학교의 권유를 거부하는 학생과 부모에게는 1~2년의 기회를 준다. 그 후에도 성적이 오르지 않거나 학생이 공부에 흥미를 못 느끼는 경우에는 학교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업학교에 가기 싫다면 수업료가 엄청나게 비싼 사립학교로 가야 한다. 국가가 제공하는 공교육의 혜택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제적인 능력이 월등한 사람들이므로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찾아가서 누리면 된다. 하지만 그 비율은 10% 미만이다. 독일에도 사립 영재학교가 있고 학원도 있으나 비용은 매우 비싸다.

3 독일 교육에도 문제는 있다


최근에 독일에서는 김나지움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이 50%가량 늘었다. 하우프트슐레와 레알슐레에 진학한 학생들이 자유만 누리고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서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직업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줄어들고, 더불어 유능한 기술력을 갖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탈리아 등 인근 유럽 국가에서 전문 기술인력을 수입해 와야 할 실정이라며 독일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가 최근 슈피겔지에 실리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와 연방정부, 주정부는 직업교육을 적극 홍보하면서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영재교육에 인색했던 과거와 달리 우수학생 지원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또한 김나지움이 9년제에서 8년제로 전환하는 바람에 아이들의 공부 양이 늘어나서 미국식 교육을 모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4 누가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관건


하지만, 독일의 공교육 제도는 학부모와 학교, 학생이 상담을 많이 하기 때문에 잘 활용만 한다면 아이들의 재능을 키워주고 즐겁게 생활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신나는 학교'가 될 수 있다. 교육 시스템을 잘 이용하고, 학부모가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준다면 진정한 '영재'를 만들 수 있다. 독일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이자 인구 100만명이 넘는 도시 쾰른. 이 곳에서 열리는 학생들의 각종 대회에서 늘 상을 받는, 유독 눈에 띄는 학생이 한 명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름은 '윤영인'. 한국인이다. 쾰른에 있는 김나지움(Erzbischofliche Liebfrauenschule Koln) 10학년 학년 대표인 윤군의 학교를 찾아가서 온종일 함께 생활해 보았다. 마침 학교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선생님, 학부모, 학생들이 모두 어우러져서 벌이는 축제는 신선하고 발랄한, 문화 충격이었다.






밴드 공연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윤영인군.

5 독일 현장에서 발견한 영인이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김나지움 10학년을 마친 16세 윤영인입니다. 15년째 쾰른에서 살고 있어요. 동양인이 학년 대표로 뽑힌 비결이 뭐냐구요? 저는 우리 학교 학생일 뿐이지 아무도 인종을 따지지 않아요. 친구들을 잘 살피고 도움을 주면 누구나 친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어요.

"뭘 해도 쾰른 1등이라고요? 그 제목은 빼주시면 안 돼요?"

저는 공부든 운동이든 음악이든 진짜 제가 재밌어서 하는 거예요. 선생님과 부모님도 맘껏 하라고 격려해주시고요. 쾰른에 있는 25개 학교에서 학년마다 가장 빠른 남학생과 여학생을 달리기로 뽑는데 거기서 1등 한 건 기뻤어요. 1등한 학생에게는 1년간 육상 트레이닝을 받는 쿠폰을 주고, '쾰른에서 가장 빠른 학생'이라는 타이틀을 줘요. 지금은 축구가 더 재밌어서 거절했어요. 멀리뛰기 대회에서도 똑같은 쿠폰을 받았어요. 축구는 이번 시즌에서 가장 골을 많이 넣은 득점왕 타이틀을 얻었어요. 재미있으니까 잘하게 되는 것 같아요.

독일의 수업 시스템은 정말 좋아서 개인지도를 안 받아도 돼요. 독일에서는 성적의 50%가 발표와 그룹 과제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모르는 문제를 연구하고 이해해 나가는 게 중요해요. 50%는 내 생각을 적는 주관식 시험이고요. 시험 기간에도 친구들과 늘 함께 문제를 풀면서 공부해요. 혼자 하는 거보다 훨씬 재밌으니까요. 얼마 전에 한국에 가서 5지 선다형 수능 문제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자기 생각을 어떻게 5개 중에 하나로 선택할 수 있는지….

학교에서 다양한 언어를 배울 기회를 주고, 언어능력 시험도 학교에서 준비시켜주기 때문에 잘 따라가면 언어능력 증명서를 딸 수 있어요. 프랑스어, 이탈리어, 라틴어, 스페인어, 영어, 그리고 수업 외 동아리에서 쾰른 사투리(Kolsch), 그리스어, 중국어를 배울 수 있어요. 학교생활 중에 제가 가장 중점을 두는 건 축구예요. 축구 트레이닝은 눈이 오든, 비가 오든, 시험 기간에도 무조건 참석해요. 오히려 시험 기간에 운동하는 게 뇌를 더 활성화시키고 집중력을 높이거든요.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제가 연주하고 싶은 곡만 연습해요. 그러니까 늘 재미있어요. 실컷 스트레스를 푸니까 공부도 잘되는 것 같아요. 오늘은 백화점에 성적표를 가지고 가서 공짜 물건을 사 왔어요. 학기가 끝날 때마다 백화점들이 행사를 하는 건데요, 성적이 좋을수록 그 매점에서 쓸 수 있는 금액이 높아요. 사실 기업이 돈 벌기 위한 행사지만, 친구들과 성적표를 들고 가서 공짜 물건을 사는 건 정말 재밌어요. 오늘 축제에 같이 참여하니까 재미있으시죠? 한 학년을 마무리할 때 항상 축제를 열어요.

"학교, 학생, 선생님, 학부모가 함께 즐기는 축제예요."

먹고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난민을 돕거나, 페루의 가난한 학교를 지원하기 위한 바자도 열어요. 동성애 공포증을 반대하는 행사도 해요. 나와 다른 걸 혐오하지 말자는 거지요. 나와 같은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자는 의미예요. 무대에서 사회 보는 분이 우리 교장선생님이에요. 지금 노래하는 밴드는 학생과 부모님, 외삼촌, 이모로 구성된 밴드예요. 아빠가 노래를 좀 못하시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지 않나요? 드럼 치시는 분도 학생의 엄마예요. 저도 오늘 저녁에 친구들과 밴드 공연을 해요. 선생님들로 구성된 밴드도 공연을 할 거예요. 저한테 학교는 친구 만나는 곳, 노는 곳, 마지막이 배우는 곳이에요. 우리 학교는 모든 선생님이 학생을 배려해주세요. 한 명이라도 수업을 못 따라가고 이해하지 못하면 끝까지 설명해 줍니다. 학생들이 수업방식이 안 좋다고 얘기하면 선생님이 수업방식을 바꿔주기도 해요. 학기가 시작할 때 항상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세요.

"내가 어떤 방식으로 수업하면 좋겠니? 선생님에게 무엇을 기대하니?"

우리의 답을 듣고 나서 선생님도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얘기해주세요. 서로 배려하고 협조하니까 수업시간은 즐거운 시간이 되는 거죠. 부모님은 정말 저를 믿어 주시고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하게 해주세요. 정말로 저에게 아주 큰 자유를 주셔서 모든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었어요. 자유를 주셨지만, 제가 해야 할 일은 다 하고 놀고, 남을 배려하지 않으면 무섭게 혼나요. 제가 받은 자유를 잘못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하죠.

"친구들에게 도움 주고 도움 받는 게 영재교육 아닌가요?"

학교 수업에서는 제가 다른 학생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많이 했지만, 수학 영재로 뽑힌 뒤에 대학교에 가서 영재교육을 받을 땐 저도 친구들 도움을 받는 게 좋은 경험이었어요. 교수님은 문제를 내주고 저희들이 협력해서 문제를 풀어가는 걸 지켜보다가 답이 산으로 갈 때만 도와주셨어요. 나중에는 영재교육 받는 걸 좀 쉬고 싶어서 어머니께 말씀드렸는데 조금 속상해 하셨지만 제 의견을 존중해주셨어요. 저 이제 밴드 연주하러 가야 해요. 엄마랑 맥주 마시면서 제 공연 꼭 보세요. 다 함께 춤추는 시간도 있으니까 춤도 추고 가세요!

6 기다리기의 달인, 영인이 엄마 이야기


영인이 입학한 지가 6년째인데 학교 축제에 오늘 처음 왔어요. 정말 신나는 문화축제네요. 학년대표 엄마가 그래도 되냐구요? 자원봉사를 하고 싶은 엄마들만 신청해서 참여하면 되니까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영인이랑 딸 수아는 저와 제일 친한 친구예요. 우리 집은 아빠의 직업상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가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어요. 틈만 나면 무조건 집에서 뒹굴며 놀아줬어요. 장난감은 물려받거나 스스로 용돈을 모아서 장만하게 했어요. 집에서 공부를 봐주느냐고요? 숙제나 그룹 과제를 물어보기 전까지는 도와주지 않고, 틀려도 집에서 고쳐주지 않아요. 틀려야 선생님이 우리 애가 뭐를 모르는지 아실 테고 그래야 학교에서 가르쳐 주실 테니까요. 단지 조언이나 방향지시만 해 줄 뿐이죠.

"독일은 장학단체와 대학에서 영재교육을 시행하고 있어요. 문학과 철학도 포함돼요."

독일에도 엄연한 영재교육과 조기교육이 존재해요. 조기교육은 한국같이 선행학습을 한다거나 학교 교사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수준이 아니라 취학 전 아동을 대상으로 선 긋기나 그리기, 색칠하기 등 아주 기초적인 것들을 가르쳐요. 영인이는 1학년 때 두 과목을 같은 학년보다 잘해서 2학년과 함께 수업을 받았어요.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쾰른교육청에 가서 교육심리학 교수님과 일주일에 한 번씩 4주간에 걸친 심층테스트를 하고 월반을 추천받고 교사회의를 거쳐 3학년으로 다시 월반했어요. 주거지에 따라 배정되는 공립초등학교지만 앞서나가거나 뒤처지는 아이들을 간과하지 않고 개개인에게 맞게 지도해주는 교육시스템이 참 좋았어요. 따라가지 못할 땐 언제든 다시 유급되고요.

저희 아이들이 이곳에서 경험한 영재교육은 두 가지예요. 첫째는 학교와 연계된 장학단체가 재단기금으로 영재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거예요. 아이들이 다녔던 알버트 슈바이처 초등학교(Albert-Schweitzer-Schule)에서 저희 두 아이 모두 이 혜택을 받았는데, 주 1회 재단에서 보낸 외부강사가 오전 수업시간에 따로 몇 아이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수학, 문학, 철학, 창의력, 과학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죠. 영인이는 수학과 철학, 창의력 수업을 들었고, 수아는 미술수업에 빠지는 게 싫어서 수학 영재교육을 거부했어요. 참 아쉬웠지만, 아이의 의사를 존중했어요. 대학에서 하는 영재교육 프로그램도 있는데, 그게 영인이가 참여했던 수학영재 프로그램이었어요.

아이들은 이런 과정을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수학경시대회에도 나가고. 육상대회나 피아노 콩쿠르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받기도 했어요. 단순히 대회에서 상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연계해주는 프로그램도 있고 혜택도 많아요. 많은 아이들에게 기회와 혜택을 충분히 주기 때문에 아이들은 어려워하지 않고 자신감을 갖더라고요. 영인이가 사춘기 때 살짝 성적이 떨어져 과외를 권유했다가 무안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못할 때 도와주는 게 과외라며 자기는 그 정도로 못하지 않는다면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때 도움을 청하면 도와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또 믿고 기다려줬더니 다시 성적이 올랐어요. 한국에서 온 엄마들이 한국식 조기교육을 해서 독일 학교에 보내는 교육열 때문에 교사와 갈등을 겪는 경우를 종종 봐요.

"독일 교육의 장점은 획일화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국가와 정부가 책임져준다는 점이에요."

아이들은 모두가 영재의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하에 어릴 적부터 많은 대화를 통해서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놀이를 해요. 모든 걸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지요. 유치원은 놀면서 배우는 곳, 시간표대로 획일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스스로 놀 거리를 정하죠. 앞서 나가는 아이는 평준화되게 억누르지 않고 테스트, 심리검사나 상담을 통해서 그에 맞는 프로그램과 시스템으로 도와줘요. 조금 뒤처지는 아이들은 더 가르치기도 하고 언어의 경우 로고페디처럼 의료진과 연결되어 보험으로 언어발달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필요한 양육비를 매달 지원하는 것은 물론, 각종 프로그램이나 치료과정 모든 것을 다 국가에서 지원해주지요. 정부-학교-부모-아이가 균형 있게 서로 믿고 서로의 영역을 잘 지키면 어느 아이든 영재가 될 수 있어요.

"영인이는 태어날 때부터 남달랐느냐고요?"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이라는 판정을 받아서 유전자 배양하며 울며 지냈어요. 낙태를 권유하더라고요, 그래도 낳겠다고 했어요. 아이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큰 축복이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이 기적이라는 마음으로 사니까 무엇이든 믿고 기다려주게 돼요. 우리 모두가 1등을 하려고 사는 건 아니듯이, 우리가 살면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면 그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7 학교-학부모-학생이 함께 춤출 시간을 기다리며


축제는 시간이 갈수록 무르익었다. 독일 학교인데도 빛나는 영인이와 수아만 눈에 계속 들어왔다.

"저는 지금 꿈은 없지만 어렸을 적엔 그림 잘 그리는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제가 크면, 무슨 일을 하든지 나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함께 밥을 먹으며 수아가 한 말이 귀에 맴돌았다. 춤은 한국에 가서 추겠다는 말을 남기고 축제 현장을 빠져나왔다. 쾰른의 저녁이 붉게 익어가고 있었다.

< 쾰른 | 글·사진 박상미 문화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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