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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유아도 내몰리는 ‘사교육 광풍’… 유치원 발표용 댄스과외, 키 크라고 농구과외

인서비1 2013. 1. 8. 00:00

5세 유아도 내몰리는 ‘사교육 광풍’… 유치원 발표용 댄스과외, 키 크라고 농구과외

                                                                                                                                 국민일보|입력2013.01.07 18:48

지난달 27일 오후 3시 서울 대방동의 한 아파트 놀이터. 야구모자를 눌러쓴 20대의 남성과 4∼5살로 보이는 남녀 아이 2명이 함께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근처를 지나던 주민 김모(58)씨는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 남성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남성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체육 과외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씨는 "20대의 건장한 남성이 아이들과 놀고 있기에 혹시나 위험한 상황이지 않을까 걱정돼 다가갔더니 유아체육 과외를 하고 있었다"며 "예전엔 친구들끼리 뛰어놀면 됐는데 요즘엔 별의별 사교육을 다 시키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사교육 열풍이 공부 외에 갖가지 영역으로 퍼져가고 있다. 유치원 발표회를 위한 댄스과외, 어릴 적부터 키를 크게 해준다는 농구과외, 놀이터에서 함께 놀아주며 체력을 길러주는 체육과외까지 등장했다.

서울 신길동에 사는 유치원생 학부모 김진희(33·여)씨의 딸 송채은(5)양은 최근 2주 동안 10만원을 주고 댄스 일대일 교습을 받았다. 김씨는 "유치원 발표회를 위해 댄스 학원 선생님에게 단기 레슨을 받았다"며 "다른 애들도 미리 연습하고 오기 때문에 우리 아이만 뒤떨어져 보이는 게 싫었고, 나름 운동도 돼서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중·고등학생들이 수행평가를 위해 예체능 과외를 받는 건 이미 널리 퍼져있다. 예체능 수행평가 점수를 높게 받기 위한 리코더, 단소, 하모니카 과외가 인기를 끌고, 체육 점수를 얻기 위한 에어로빅, 줄넘기 과외도 있다.

특히 예체능 과외는 단기간이지만 부르는 게 값이다. 수행평가 점수가 내신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습득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전문성이 입증되지 않은 교사에게 배우게 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일도 많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승현 정책실장은 "규제와 제동장치 없이 사교육 시장이 커지다 보니 말도 안 되는 과외까지 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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