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이채린·통신원

ㆍ실패를 맛보도록 배려하라

나라가 크고 다양한 인종이 모여 있는 만큼, 미국 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태도는 각양각색이다. 약에 찌들어 정부 보조로 먹고살며 아이는 계획없이 낳지만 교육에는 전혀 무관심한 부모가 있는가 하면, 신념이나 종교, 경제 상황에 따라 아이를 집에서 교육시키는 홈스쿨링 부모도 많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뉴욕 맨해튼의 부모들은 아이를 임신하자마자 아이비리그대학 입학률이 높다는 학교재단의 영아원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두세 살 아이의 지능검사와 부모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극심한 경쟁률을 뚫고 입학이 결정되면 연간 4000만~5000만원의 학비는 기본이고 엄청난 기부금을 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방학마다 아이들에게 고액의 과외를 시키는 것이 당연시된다. 이렇듯 교육에도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아이가 성공하는 법>이란 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어떻게 해야 아이가 학교에서, 또 일터에서, 궁극적으로는 인생에서 성공할까. 저자는 아이의 ‘지능’이 아니라 ‘성격’이 그 핵심이라고 말한다. 즉 IQ 수치로 대변되는, 더 일찍 시작해 더 많이 연습하는 것이 최선으로 여겨지는 ‘인지적 능력’이 아니라 용기, 끈기, 호기심, 성실성, 자기조절, 자기확신, 긍정적 태도 등의 ‘비인지적 능력’이 성공을 위한 결정적 요인이라는 얘기다.

이런 성격은 아동기의 가정환경에서 큰 영향을 받는데, 한마디로 어려움과 실패를 어떻게 대면하고 극복하느냐에 따라 형성된다. 따라서 아이를 세심하게 돌보되 과보호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실패를 맛보고 그것을 극복할 기회를 주라는 것이다.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자신이 오래 관찰해온 생생한 교육환경과 다양한 학생들의 예화, 노벨상 수상자인 경제학자, 심리학자, 뇌과학자 등의 여러 연구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소개한다.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은 유아기 때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고 청년기에는 부모가 재정적으로 도와준다. 조금이라도 고난의 기미가 보이면 부모들이 나서서 아이를 과보호하는 등 안전망이 탄탄히 설치되어 있어 실패를 겪을 기회가 없다. 반면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은 영양가 없는 식사를 하며 안 좋은 학교와 이웃에 방치된다. 게다가 이런 고난을 극복해내는 성격을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연속된 고난에 두들겨맞고 끝없이 추락하고 만다.

비인지적 능력, 즉 성격에 대한 연구는 지난 십여년간 학제 간 연구로 발전되어 교육학자는 물론 심리학자, 경제학자, 뇌과학자들까지 합세하여 성격이 어디서 오고 어떻게 발전되는가를 조사해왔다. 가난, 혼란, 혹은 위험한 가정환경 등의 아동기 스트레스로 가장 영향을 받는 뇌 부분은 감정과 인지 양쪽의 자기조절을 맡는 전두엽 외피다. 결국 조절능력이 제대로 발현되지 못한 아이는 안정된 자세, 집중력, 규칙 준수, 실망을 극복해내는 회복력 등이 떨어지게 되고, 걱정과 우울함이 커지는 한편, 복잡한 정보 해결능력이 부족해 결국 성공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은 바로 부모다. 부모나 보호자가 아이의 감정상태를 세심히 관찰해 즉각적이고 따뜻하게 반응하며 보살펴주면, 아동기 스트레스로 인한 악영향이 거의 완벽히 제거된다는 것이다. 좋은 부모 노릇의 효과는 단지 감정적이거나 심리적인 것뿐 아니라 뇌신경학자들의 생화학적 연구 결과로 입증되었다는 것이다. 비록 미국의 경우이긴 하지만, 아동기 스트레스로 인한 뇌발달 저해와 성격 형성 저해가 경제적 양극화와 심각하게 관련돼 있음을 드러내면서 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