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society

“어뢰-천안함 흡착물질 서로 달라” 국방부, 과학적 반대논증 외면

인서비1 2011. 3. 27. 10:34

“어뢰-천안함 흡착물질 서로 달라” 국방부, 과학적 반대논증 외면

‘어뢰는 북한산’ 원본자료 미공개…잠수정 침투경로도 못밝혀


 

‘결정적 증거’ 둘러싼 의문 여전

 

‘천안함 북한 어뢰 피격설’의 ‘결정적 증거’는 지난해 5월15일 쌍끌이 어선이 천안함 침몰 해역 근처에서 건져올린 CHT-02D 어뢰 추진체다.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은 천안함 선체에서 발견된 흡착물질과 어뢰 추진 동력장치에서 발견된 흡착물질의 성분이 동일한 것으로 확인돼, 수거한 어뢰가 천안함을 공격한 바로 그 어뢰라는 것이 입증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살인사건에 비유하자면 피살자(천안함) 근처에서 칼(어뢰)이 발견됐고, 이 칼(어뢰)에 묻은 피(흡착물질)와 피살자의 피(천안함 선체 흡착물질)가 동일하므로 이 칼의 주인(북한)이 범인이란 논증이다. 합조단은 어뢰 추진체의 흡착물질이 폭발의 결과물인 ‘비결정질 알루미늄산화물’이라고 발표했다. 알루미늄 성분이 섞인 어뢰 속 폭약이 터지며 고열과 고압으로 흡착물이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천안함과 어뢰를 연결하는 유일한 물증인 흡착물질은 ‘결정적 의문’에 직면했다.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 등은 자체 실험과 합조단 데이터 분석 결과, 흡착물질이 폭발과 관련없는 자연상태에서 부식 등으로 생길 수 있는 ‘수산화알루미늄’이라는 반대 논증을 펼치고 있다. 정기영 안동대 교수(지구환경과학)와 양판석 박사(캐나다 매니토바대학 지질과학과 분석실장)도 흡착물 시료 분석 결과, 흡착물질은 폭발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자연)침전물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다시 살인사건에 비유하자면 피살자 주변에서 발견된 칼(어뢰)에 묻은 액체(흡착물질)가 피살자의 피로 확신할 수 없으므로 피살자(천안함)가 이 칼에 찔려(피격돼) 숨졌다고(침몰했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논증이다.

하지만 여러 과학자들의 흡착물질 관련 문제제기에 대해 국방부는 구체적 반대 논증을 내놓지 않은 채 “이승헌 교수의 주장은 합조단의 실험과 실험조건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무시하고 있다.

‘행위자 규명’에도 의문이 여전하다. 국방부는 수거한 어뢰가 북한산이란 근거로 북한이 수출할 목적으로 배포한 어뢰 소개 자료와 시디를 들었지만, 군사비밀이라는 이유로 관련 자료 원본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이 ㄷ자 모양으로 우회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천안함에 어뢰를 발사했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침투경로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정황을 고려해 그렇게 추정하고 있다”는 설명 이상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24일 “서해 백령도 근처 바다에서 건져올린 어뢰 추진체의 스크루 모서리에 달라붙어 있는 지름 0.8㎜의 붉은색 물체는 동해에서만 서식하는 붉은멍게로 추정된다”며 “어뢰 추진체가 천안함 침몰 원인과 무관하다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스크루에 붙어 있는 지름 0.8㎜의 물체 일부를 떼어내 성분 분석이 가능한 전문기관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