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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준히 하는 공부 사교육보다 효과 좋다

인서비1 2011. 3. 10. 00:27

[단독] 혼자 꾸준히 하는 공부 사교육보다 효과 좋다
세계 1면| 기사입력 2011-03-07 01:02 
KDI 보고서
혼자 공부한 시간 많을수록 수능 성적 향상 뚜렷
"경쟁에 대한 불안감이 사교육 의존 불러"

‘사교육 공화국.’ 대한민국의 학부모들이 짊어진 멍에는 무겁다. 성적보다 인성을 길러주고 수학문제 풀이집보다 좋은 책을 쥐여주겠다는 소신을 지키기는 어렵다. 늘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감에 쫓기는 탓이다.

20110306001344_0.jpg사교육에 의존하지 않는 학부모들의 조바심을 덜어줄 만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교육비나 사교육 시간이 대학수학능력평가 점수에 미치는 영향은 학생이 혼자 공부한 시간의 효과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고교 때 혼자 공부한 시간은 대학학점, 최종학력, 시간당 임금까지 좌우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희삼 연구위원이 2007∼08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조사, 2005∼07년 한국교육종단연구의 중학생 패널자료, 2005∼10년 한국교육고용패널 자료, 한국노동패널 9·11차 부가조사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이 결과는 지난해 12월 말 ‘학업성취도, 진학 및 노동시장 성과에 대한 사교육의 효과분석’이라는 보고서로 만들어졌다.

6일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5학년도 수능 응시자 성적과 사교육 경험과 상관성을 분석했더니 고3 때 사교육비로 월평균 100만원을 쓴 경우 수리와 외국어 영역에서 백분위가 각각 0.0007% 오르는 효과만 있었다. 당시 응시자가 61만여명이었으므로 두 영역에서 전국 등수가 4등쯤 올랐다는 뜻이다. 언어 영역의 백분위에 미친 효과는 0.0002%로 거의 미미했다.

20110306001969_0.jpg반면에 고3 때 1주일에 혼자서 공부한 시간이 많을수록 수능 점수가 올라가는 효과는 뚜렷했다. 매주 혼자 공부한 시간이 ‘3시간 미만’일 때와 비교해 수리영역의 백분위는 3∼20시간일 때 11∼14%, 20∼30시간일 때 19∼20%, 30시간일 때 27%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 30시간 이상 혼자 공부한 학생은 수리 영역 전국 등수를 16만4000여등 끌어올린 셈이다.

외국어영역에서는 1주일에 혼자 공부한 시간이 3∼10시간일 때 백분위가 8∼10%, 10∼30시간일 때 15∼18%, 30시간 이상일 때 22% 상승했다. 언어영역에서도 10시간 이상이면 백분위가 최소 12%, 30시간 이상인 경우 18%까지 올랐으나 수리·외국어영역에 비해 효과가 크지는 않았다.

또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고2 때 혼자 공부한 시간이 많을수록 대학 학점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중2·고2 때 사교육, 중2·고2 때 혼자 공부한 시간, 부모 학력 등 변수 중에서 최종학력에 가장 뚜렷이 긍정적 효과를 미친 변수는 고2 때 혼자 공부한 시간뿐이었다. 이 밖에도 고2 때 혼자 공부한 시간이 하루평균 1시간 많을수록 취업 후 시간당 임금이 3∼4%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김 연구위원은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못하는 요인으로 ▲사교육 효과에 대한 막연한 기대 ▲일부 성공 사례의 과도한 일반화 ▲불안감을 조성하는 학원의 마케팅 전략 ▲주변 사람과 경쟁의식 등을 꼽고 “개인의 의식만 바뀌어서는 안 되고 작은 점수 차이를 크게 느끼지 않도록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박희준·김채연 기자


[단독] ‘눈앞의 성적’보다 ‘인성’ 길러줄수록 공부도 잘한다
세계 3면| 기사입력 2011-03-07 00:37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둔 주부 A(42)씨. 지금껏 아들에게 사교육을 거의 시키지 않았다. 대신 인성과 독서를 강조했다. 학원이나 과외를 일부러 외면한 건 아니다. 몇 차례 아들에게 권해봤으나 아들은 속박받기를 무척 싫어했다. 혼자 하겠다는 공부를 억지로 시킬 순 없었다. 아들은 초등학교에서는 상위권 성적이었다. 그러나 A씨는 불안하기만 하다. ‘수학만큼은 입학 전에 중3 것까지 훑어야 한다는데….’ ‘선행학습으로 무장한 친구들과 경쟁에서 마음의 상처나 받지 않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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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 강조할수록 공부 잘한다

6일 한국개발연구원 김희삼 연구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A씨의 아들은 공부를 잘할 가능성이 있다. 2007∼08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시험과 여러 변수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중3은 부모가 ‘성적’보다 ‘올바른 성품’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지닌 경우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전 과목 성적이 한결같이 높게 나왔다.

반면에 부모가 ‘교우 간 우애’ 또는 ‘특기나 소질 계발’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지녔다고 한 중3학년생은 부모가 ‘성적’을 중시한다는 학생보다 성적이 낮았다.

또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길수록, 부모와 대화가 활발할수록, 독서량이 많을수록 모든 과목 성적이 한결같이 높았다. 그러나 학교에 남아 자율·보충수업을 받은 시간이 길수록 영어와 수학 성적이 다소 낮은 경향을 보였다. TV나 비디오 시청을 하는 시간, 친구를 만나는 시간이 길수록 성적은 높지 않았다.

이런 경향은 초등 6학년과 고1 성적에서도 대부분 그대로 나타났다. 다만 초등 6학년의 경우 TV나 비디오 시청시간이 길수록 성적이 좋았는데, 이는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공부한 사례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고1에서는 독서량이 많다고 해서 수학 성적이 높아지지는 않았다. 고교 수학은 독서보다 문제풀이가 중요하다는 특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학부모 학력은 대학원을 졸업한 아버지와 대졸 학력의 어머니를 둔 경우 성적이 가장 높았다. 성별로는 초등 6학년과 중3, 고1에서 여학생의 국어·영어 성적이 남학생보다 우위를 보였다. 남학생은 초등 6학년 때 수학·과학에서 여학생에 비해 우위를 보였을 뿐 중3, 고1까지 이어나가지 못했다.

◆사교육을 하려면 꼭 필요한 부분에

물론 사교육 시간이 길수록 초·중·고교 모든 과목의 성적이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하지만 학교급에 따라, 과목에 따라, 학생 성적수준에 따라 사교육 효과는 모두 달랐다. 따라서 학생에게 사교육을 시키려면 다른 학생을 무조건 따라할 게 아니라 자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뒤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1 영어 점수와 사교육 시간을 따져봤더니 점수 증가 폭은 상위권으로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었다. 하위권 학생에게는 영어 사교육 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는 뜻이다. 고1 수학에서는 최상위권(상위 10%)보다 상위권(상위 25%)에서 성적 상승효과가 다소 컸으나 최상위와 격차를 만회할 수준에는 미치지 않았다.

중3 때에도 사교육 시간 증가에 따른 영어 성적 상승효과는 상위권으로 갈수록 컸다. 중3 영어는 이미 중하위권 학생에게는 너무 어려워진 탓에 기초가 부실한 상태에서 사교육을 시키더라도 효과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중3 수학 사교육 효과도 고1 수학과 같은 경향을 보였다.

초등 6학년에서는 최하위권(하위 10%) 학생의 경우 영어 사교육을 하루평균 1시간 미만 할 때에는 효과가 미미했다.

최하위권은 하루 사교육 시간이 2시간 이상일 때에야 1점 안팎의 점수 상승 효과가 있었다. 하위권(하위 25%)과 중위권(50%) 학생은 하루 평균 1시간 이상, 상위권은 3시간 이상 사교육을 받아야 효과가 나타났다. 최상위권은 사교육 시간이 3시간 이상을 넘어가면 성적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초등 6학년 수학에선 최하위권 학생이 1일 3시간 이상 사교육을 받은 경우 1점 가까운 점수가 올랐다. 중위권 이하보다 상위권에서 사교육 시간 상승에 따른 수학 점수 향상 폭이 작았다.

박희준·김채연 기자 july1s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