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해서 진심을 털어 놓고 이야기할 사람도 없이 혼자 살아왔다.
그러다가 육 년 전, 사하라 사막에서 비행기 사고를 만났던 것이다. 기관의 부속 하나가 부서져 나갔다. 기관사도 승객도 없었던 터라, 나는 그 어려운 수선을 혼자 감당해 볼 작정이었다. 나로서는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였다. 가진 것이라고는 겨우 일주일 동안 마실 물밖에 없었다.
첫날 저녁, 나는 사람이 사는 곳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사막 위에 누워 잠이 들었다. 넓은 바다 한가운데 뗏목을 타고 흘러가는 난파선의 뱃사람보다도 나는 훨씬 더 외로운 처지였다. 그러니 해 뜰 무렵 이상한 작은 목소리가 나를 불러 깨웠을 때 나는 얼마나 놀라웠겠는가. 그 목소리는 이렇게 말했다. "양 한 마리만 그려 줘....."
"그런데..... 넌 거기서 뭘 하고 있느냐?"
그는 대답했다. "괜찮아. 양 한 마리만 그려 줘." 나는 한 번도 양을 그려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그릴 수 있는 단 두 가지 그림 중에서 하나를 그에게 다시 그려 주었다. 속이 보이지 않는 보아뱀의 그림을.
그런데 놀랍게도 그 꼬마사람은 이렇게 답하는 것이었다. "아냐! 아냐! 난 보아뱀의 뱃속에 있는 코끼리는 싫어. 보아뱀은 아주 위험하고, 코끼리는 아주 거추장스러워. 내가 사는 데는 아주 작거든. 나는 양을 갖고 싶어. 양 한마리만 그려 줘."
그래서 나는 이 양을 그렸다.
그는 조심스럽게 살펴보더니 "아냐! 이건 벌써 몹시 병들었는 걸. 다른 걸로 하나 그려 줘!" 나는 다시 그렸다.
내 친구는 얌전하게 미소 짓더니, 너그럽게 말했다. ""아이참..... 이게 아니야. 이건 숫양이야. 뿔이 돋고....." 그래서 나는 다시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그것 역시 먼저 그림들처럼 퇴짜를 맞았다. "이건 너무 늙었어. 나는 오래 살 수 있는 양이 있어야 해."
그때, 기관을 분해할 일이 우선 급했던 나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아무렇게나 쓱쓱 그린다는 게 이 그림이었다.
그리고는 던져 주며 말했다. "이건 상자야. 네가 갖고 싶어 하는 양은 그 안에 들어 있어."
그러나 놀랍게도 이 꼬마 심판관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이 아닌가. "내가 말한 건 바로 이거야! 이 양을 먹이려면 풀이 좀 많이 있어야겠지?" "왜?" "내가 사는 곳은 너무 작아서....." "그거면 충분해. 정말이야. 내가 그려 준 건 조그만 양이거든." 그는 고개를 숙여 그림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렇게 작지도 않은데..... 이것 봐! 잠이 들었어....."
나는 이렇게 해서 어린 왕자를 알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