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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다자구 할머니

인서비1 2009. 3. 24. 12:35

<다자구 할머니> - 죽령 산신 설화 이야기  


 경상북도 영주군과 충청북도 단양군 경계에는 죽령이라는 아주 높은 고개가 있습니다.

 

 이 산마루에 죽령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은, 옛날 어느 도력 높은 스님 한 분이 대나무 지팡이를 이곳에 꽂고 간 것에서 비롯합니다.


 이 고개는 오랜 옛날부터 지방 선비들이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가려면 꼭 넘어야 하는 중요한 고개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선비들을 노리는 무서운 산적들이 많았습니다. 관가에서는 산적들을 소탕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써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곳 자리에 밝은 산적들은 관군이 나타나면 사라지고, 관군이 안 보이면 사람들을 약탈하는 아주 야비한 무리들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허리가 꼬부라진 할머니가 관군의대장을 찾아왔습니다.

 

 "내가 산적들을 잡을 수 있게 도와 주겠소."

 

 "할머니가 어떻게?"

 

 대장은 수많은 관군도 잡지 못하는 산적들을 할머니가 잡겠다고 나서는 것이 믿기지 않아 멀뚱멀뚱 할머니를 쳐다보았습니다.

 

 "나는 이미 늙었소. 마지막으로 나라에 좋은 일 한 번 하고 죽으려는 것이오."

 

 할머니의 말은 너무도 침착하고 단호해서 대장은 혹시라도 할머니가 무슨 좋은 계략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있소?"

 

 "내가 산적의 소굴로 들어가서 산적들이 엄한 경비를 서면 '더자구야' 하고, 경비를 서

 지 않고 잠을 자면 '다자구야' 하고 소리를 지를 테니, 그때 와서 산적들을 잡도록 하시

 우."

 

 산적들을 잡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을 다 써보았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던 대장은 할머니의 말을 믿어 보기로 했습니다.

 

 "더자구야! 다자구야!"

 

 할머니는 산적들이 있는 산 속으로 들어가면서 마구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소리를 듣고 산적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웬 할망구가 이 소란이야, 소란이!"

 

 "나는 자식이 둘이 있는데 이 불효 막심한 놈들이 늙은 어미를 혼자 남겨 놓고 어디론가

  떠나 버렸지 뭐요. 큰 아들은 다자구라고 하고 작은 아들은 더자구라고 합죠. 그 놈들

  이름을 부르며 이렇게 이 산 저 산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산적들은 그 말을 믿고 할머니를 자신들이 사는 산채로 데리고 가서 밥 짓는 일을 시켰습니다. 흉악한 산적들도 애타게 자식을 찾는 할머니가 가여웠겠죠. 할머니는 가끔 마을을 향해 '더자구야, 더자구야' 하는 외침을 잊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산적들의 산채에서 커다란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모두들 배가 터져라 음식을 먹고 술을 마셨습니다. 이제 산채에는 관군의 공격에 대비해서 경비를 서는 산적들도 없었습니다. 모두들 취해서 잠에 곯아 떨어진 거죠.

 

 "다자구야! 다자구야!"


 할머니는 때를 놓치지 않고 마을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마을에서 할머니의 목소리를 기다리던 관군들은 물밀듯이 몰려와서 죽령의 그 무서운 산적 떼를 남김없이 소탕했습니다.

 

 관군의 대장이 나중에 백방으로 할머니를 찾았으나 할머니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그 할머니가 죽령을 지키며 사람들을 보호해 주는 산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매년 할머니가 산적들을 물리치게 해 준 날을 택해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훗일 사람들은 그 할머니 산신을 다자구 할머니라 부르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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