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좋은글

뜨거운 애정 행각(고은영)

인서비1 2009. 1. 5. 13:34

'감성 >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뜨거운 애정 행각


글/고은영


욕망을 우상처럼 신봉하던 내 위로

수많은 사계가

나와 공존하여 흘러갔고

다시 유월이다


애끊은 일이 많은 까닭인지

유월에도 입술이 트고

하는 일도 없이

입 안이 다 헐었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시들어 간다

시듦도 말없이 흘러가는 일이다

그리하여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는

찢어진 가난은 훨씬 혈색이 파리하다


시간을 벌어주는 일도 없고

오히려 시간을 소모시키는

이 뜨거운 애정 행각

음탕한 정사는

질기고 길기도 하다


나에게 밥 한 끼 사준 적도 없고

내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준 적도 없는데

지독한 애착은

끊이지 않는 사랑인가 애증인가

아니면 누구을 위한 거룩한 봉헌인가


잠결에도 내 안에 살아 움직이는 그 쓰라린 태동

나는 왜 아직도 허접한 사랑에 빠져

싸구려 쾌락을 끝내지 못하는가


별들이 흐르면 흐르는 만큼 나도 흘러가고

고요히 사위는 황혼을 보면

나도 고요로 물이 들고

혹은 초록의 색깔을 보며 교차하는 설렘과

말할 수 없이 젖어드는

이 쓸쓸하고 강경한 오나니


돌아온 것들은 아무도

그 누구도 없는데

영혼의 진액 같은 빛을 뽑아

황금 같은 옷을 짜고 싶어

나는 왜 안달하고 환장을 하는가


이 서러운 광기 앞에 침묵들은

허물어진 주검을 일으키고파

또 얼마나 많은 주검을 경험해야 했던가


시는 나의 에고다

시는 나의 희망이오 고독한 절망이다

시는 나의 참이오 나의 거짓이다

시는 나를 노래하고

나는 시를 찬양한다

아, 죽도 빌어먹지 못하는시가

나를 살리고

시가 나를 죽이고 있다


♪ Loving - Roma Downey & PhilCoulter
성석제의 문장배달(희랍인 조르바>  (0) 2009.02.22
성석제의 문장배달(김형경 - 꽃피는 고래 )  (0) 2009.02.22
김구선생(일본군처단 성석제의 문장배달)  (0) 2009.02.22
찌고이네를 바이젠을 들으면  (0) 2009.01.05
[스크랩] 베토벤, 불멸의 편지  (0) 2009.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