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되는 빈곤..극빈층 10명 중 4명 "조부모대부터 가난"
신성식 입력 2019.01.30. 00:07 수정 2019.01.30. 06:43"생활수준 개선 가능성 없다" 52%
"10년 이상 기초수급자 생활" 27%
저성장 고착화로 빈곤 더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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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빈곤 리포트 <상>
극빈층의 절반은 부모 때부터 가난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난이 대물림되면서 빈곤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중앙일보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30명의 빈곤 실태를 설문조사 했다. 상당수는 대면 조사했고, 14명은 심층 인터뷰 했다. 서울의 지역자활센터 네 군데 등록자 100명, 시립병원 입원 환자 30명이다.
조사 결과 65명(50%)이 청소년 시절 부모가 하위 계층에 속했다고 응답했다. 하위 계층을 상중하로 나누면 아래쪽에 더 몰려 있다. 부모가 하하(下下) 계층이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25명(19.2%), 하중(下中)이 26명(20%), 하상(下上)이 14명(10.8%)이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남대문 쪽방에서 만난 전형용(42)씨가 대표적이다. 할아버지는 강원도에서 소규모 농사를 지었다. 어머니는 어릴 때 가출을 반복했다. 전씨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14살 때 상경해 봉제공장에서 일했다. 16세에 아버지가 숨졌다. 꽃게잡이 선원, 폐지 수집, 펌프공장 근로자, 건설 일용직 등을 전전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됐고, 최근에는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줄고 소득이 악화했다.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사교육이 만연하면서 80, 90년대처럼 ‘개천에서 용 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 세대도 가난하고 지금 세대도 가난하고 자식 세대도 가난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90년대 미국과 비슷하다”고 진단한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 천국인 스웨덴에도 빈곤이 대물림된다. 자본주의가 성숙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교육 기회를 균등히 해 이들이 일자리를 잡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이에스더·이승호·김태호 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