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미술

[문화내시경]그림 한 점에 담긴 메시지

인서비1 2018. 1. 7. 08:06
[문화내시경]그림 한 점에 담긴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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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이들이 SNS에 일기 아닌 일기를 쓴다. 과거에는 남이 볼까 두려워했던 개인사를 이젠 적나라하게 쏟아놓는다. 그뿐이랴, 온갖 먹는 것, 치장하는 것, 타는 것 등을 자랑스럽게 늘어놓는다. 왜 그럴까. 어쩌면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으며 스스로를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현실에서의 ‘결핍’ 때문인지도 모른다. 외로워서일 수도 있다.

미국 작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는 황량하고 공허한 도시와 인간을 그렸다. 작가 자신의 삶과 예술의 근간조차 스스로의 고독감에서 찾으려 했던 것처럼 여러 인물들을 독백하는 듯한 모습으로 등장시켜 인간의 실존 의미와 존재성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했다. 그것은 때로 정적이었고 상징적이었으며, 역동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애드워드 호퍼, Morning Sun, 1952

애드워드 호퍼, Morning Sun, 1952


호퍼 그림에서 느낄 수 있는 고독, 외로움, 소외감, 번민, 쓸쓸함, 공허함, 허무함 등은 경제적으로 세계 선두를 달리며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던 1930∼60년대 미국의 상황과 결을 같이한다. 당시 미국은 대공황기를 경험했지만 사회·경제정책인 뉴딜을 통해 해결한 뒤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해냈다.

그러나 호퍼는 그 도시의 팽창과 물질화라는 발전 사이에서 ‘인간 소외’를 보았다. 기계화로 인해 사람들은 심리적 공황에 빠지게 되었으며, 심화되어가는 빈부격차와 인간성의 상실에 따른 도시의 무미건조함, 계급대립과 경제·사회적 모순이 크다는 것을 목격했다.

호퍼는 그 심상들을 고스란히 캔버스에 실어 날랐다. 차갑고 이기적이며 냉혹한 현실과 존재감을 상실해가는 사람을 대비시켜 존재에 대한 애정과 연민, 외면할 수 없는 삶의 실상을 전했고, 거대해진 도시에 의해 내몰려진 작고 힘없는 익명의 타자를 포착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유도했다. 

애드워드 호퍼, Sunday, 1926

애드워드 호퍼, Sunday, 1926


흥미로운 지점은 약 반세기 전에 그려진 호퍼의 그림과 당대 인간들의 삶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 일치감이 호퍼의 그림을 볼 때 알 수 없는 감정을 공유하게 되는 이유이다. 물질적 풍요로움을 영위하지만 우린 여전히 외롭고 고독할 뿐만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익명성 속에서조차 실은 점점 더 단절 및 고립되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일례로 (1952)이라는 제목의 작품에선 공동체 속 외딴 섬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통하는 듯 싶고, 수없이 빠르게 교차되는 정보 홍수 속에서 수만 명과 친구를 맺고 살지만, 실상은 클릭 한 번으로 삭제시킬 수 있는 인스턴트 관계를 한 편의 그림이 대신하고 있다. 


작품 (1926)도 매한가지다. 건물 앞에 한 남성이 우두커니 앉아 있는 이 그림은 동시대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고독과 맞닿는다. 사회와 가정 속에서 존재감을 잃어가는 사람들, 그 속에 감춰져 있는 어쩔 수 없는 헛헛함을 배척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호퍼의 그림을 보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구조와 인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대화가 머무는 관계, 차별 없는 사회, 아름다운 인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이타적인 세계이다. 물론 도시와 문명이라는 화사한 빛을 배경으로 살고 있지만 엄연히 ‘냉담한 목격자’로 머물고 있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도 포함되어 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711271606371&code=116#csidxc15b8cb9ee8749b890ffe9ff37a6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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