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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문명 발달할수록 불평등 늘었다

인서비1 2018. 1. 6. 17:34
[신간 탐색]문명 발달할수록 불평등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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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평등
크리스토퍼 보엠 지음·김성동 옮김 토러스북·1만7000원


‘평등’은 가치일까, 사실일까. 시대에 따라 바뀌는 이상 중 하나일 뿐일까, 아니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에 따르더라도 충분히 이뤄낼 수 있는 현상일까. 유사 이래 줄곧 논쟁을 거듭했지만 결론이 나오지 않은 이 주제에 대해 저자는 인류학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생각의 실마리 하나를 던져준다. 그간의 논쟁에선 저마다 생긴 모습과 능력이 ‘다르게’ 태어난 것 자체가 불평등의 생물학적 기원이라고 주장하는 쪽과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선언적 명제에서 출발해 개체의 차이보다는 억압의 구조가 불평등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쪽이 맞서 왔다.

이 책은 인류를 포함한 유인원들의 사회·문화적 진화사를 들여다보며 평등주의가 실현되었던 특정한 시기에 대해 언급한다. 부족사회와 추장제가 들어서기 전인 1만2000년 전까지의 수렵채집 시대에 인류 사회는 평등주의를 지켰다. 저자에 따르면 이 시기 평등주의는 약자가 힘을 합해 적극적으로 강자를 지배하는 별난 유형의 정치적 위계이다. 


자신이 지배자가 될 수 있는 낮은 확률의 가능성 대신 높은 확률의 지배받지 않을 기회를 택하게 되는 사회였기에 가능한 형태다. 이러한 인류의 평등주의적 수렵채집 사회는 유인원들의 군집보다도 더 반권위적이었고, 당시로선 적응과 자연 선택에 유리한 하나의 생존전략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러한 평등주의 사회는 이후 문명사회가 생겨나면서 지속된 1만2000년의 세월보다 몇 배 더 오래 존속했다.
 
인류의 생물학적·사회적 특성이 서서히 변해 가고 공동체의 규모와 특성, 식량과 에너지를 획득 또는 약탈하는 방식 등이 바뀌어 가면서 문명사회가 발달할수록 평등의 정도는 약해져 왔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평등’이란 가치는 이후 시대에서도 살아남아 줄곧 전제주의 대 평등주의 간 싸움의 한가운데 있어 왔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긴 싸움의 역사 중 한 장면을 지나는 중이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704251021181&code=116#csidx756e894e3dd148ab06d03f7a052ef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