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식 직업교육이 청년실업 해결책?
성공적인 직업교육 모델로 평가받는 독일의 아우스빌둥이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다. 전체 일자리 중 대졸자를 위한 일자리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고 임금 격차도 뚜렷하다.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5월 04일 목요일 제503호
아우스빌둥은 산업을 발전시켜야 하는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높은 청년실업률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나라에서도 주목받아왔다.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직업교육의 비중을 강화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두 후보의 공약은 유럽의 직업교육 제도들을 모델로 했다. 그 가운데 아우스빌둥도 한국 교육제도를 바꿀 대안 모델로 소개되었다.
ⓒAP Photo 독일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그룬트슐레(위)는 4년제다. 독일에서는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5~6학년생들에게 일찌감치 진로를 결정하게 한다. |
독일 중등교육 시스템은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에게 일찌감치 진로를 결정하게 한다. 한국에서라면 학부모들이 당장 반발할 것이다. 내 아이의 잠재성을 너무 빨리 판단하고 결정했다고 여길 것이다. 독일에서는 반대로 본다.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중등교육 시스템이 아우스빌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웁트슐레 졸업생의 경우 빠르면 한국 학제로 고등학생 때 직업교육을 시작한다. 직업교육의 경우 대부분이 시작 단계에서 특정 사업장에 소속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급여가 지급될 뿐 아니라, 교육 후 자연스럽게 취업으로 연결된다.
ⓒ시사IN 전혜원 독일 직업교육은 대부분 시작 단계에서부터 특정 사업장에 소속된다. 사진은 독일 카를제버링 직업학교. |
그런데 최근 독일에서도 아우스빌둥에 대한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에서는 아우스빌둥 자리를 찾는 100명당 아우스빌둥 자리 104개가 제공되었다. 주간지 <슈피겔> 보도에 따르면 아우스빌둥 새 학기가 시작된 지난해 9월30일 4만3500개의 아우스빌둥 자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작년보다 4.5%포인트 증가한 수치이다. 정부가 발표한 통계수치만 보면 아우스빌둥 자리를 찾는 사람에게는 유례없이 좋은 상황이다. 하지만 통계에 가려진 현실이 꼭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지난 4월5일 베를린 지역 신문 <타게스슈피겔>은 독일의 아우스빌둥 상황에 대해 두 가지 목소리를 보도했다. 독일상공회의소(DIHK)는 지속적인 인력 부족으로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이나 난민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독일노조연맹의 부대표는 전혀 다른 주장을 했다. 독일상공회의소에 등록된 아우스빌둥 자리 세 개 중 두 개가 원천적으로 하웁트슐레 졸업생에게는 닫혀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 의미에서 본다면 하웁트슐레 졸업생도 직업교육을 받을 자격을 갖췄다고 볼 수 있지만, 고용주들이 하웁트슐레 졸업생에 비해 레알슐레 졸업생에게 자리를 주려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고용주들이 좀 더 전문적인 학력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또한 아우스빌둥 과정에 있는 사람 중 대학 입학 자격을 갖춘 학생의 비율(28%)이 처음으로 하웁트슐레 졸업생 비율(26%)보다 높았다.
ⓒ뉴시스 3월6일 아우스빌둥 한국 도입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BMW·메르세데스가 9월부터 정식 운영할 예정이다. |
아우스빌둥은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직업시장의 구조 덕에 성공했다. 사회에서 제 몫을 하는 직업인으로 인정하는 독일 사회의 인식도 아우스빌둥의 보이지 않는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아우스빌둥을 성공시킨 근본 토양이 독일 안에서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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