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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살인마' 대기오염에 신음하는 지구촌

인서비1 2016. 11. 7. 15:56

'보이지 않는 살인마' 대기오염에 신음하는 지구촌

입력 2016.11.07 15:01        

 

인도·중국·이란 등지 사회불안 요소로 부각 한해 사망자 700만명..빈민·어린이에게 더 치명적

인도·중국·이란 등지 사회불안 요소로 부각

한해 사망자 700만명…빈민·어린이에게 더 치명적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지구촌 곳곳이 미세먼지를 앞세운 대기오염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화석연료에 급격하게 의존한 신흥국 중국, 인도, 그 주변국뿐만 아니라 저개발국들이 모인 아프리카, 영국 같은 유럽 선진국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들어 가장 악명이 높은 곳은 인도의 수도 뉴델리다.

영국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뉴델리가 속한 델리 주 정부는 6일부터 사흘 동안 휴교령을 내렸다.

극심한 스모그 현상을 막으려는 긴급조치에 따라 공사, 폭파 작업, 화력발전소 가동, 논밭 태우기가 금지됐다.

뉴델리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 한 주 동안 초미세먼지(2.5㎛) 수치가 안전 기준(60)의 16배인 999까지 치솟았다.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난방 때문에 대기오염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돼 뉴델리 보건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2년 인도에서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인구 10만 명당 159명으로 세계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기오염은 부정적 사회현상과도 직결되는 불안 요소로도 지적된다.

중산층이 극심한 대기오염을 피해 도시를 탈출하려는 '스모그 엑소더스'가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두뇌유출, 부동산 가격 폭락 같은 경제적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FT는 설명했다. 빈곤층이 더 취약한 존재로 방치된다는 점은 별개의 문제다.

인도의 극심한 대기오염 악영향은 인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 동부 지역도 나타나고 있다.

주민들이 호흡 곤란과 눈이 따가운 증상을 호소하는가 하면 시야가 나빠진 탓에 발생한 교통사고로 지난 한 주 동안 20명 이상이 숨졌다.

지구촌에서 인도와 마찬가지로 최고 수위의 대기오염에 노출된 곳은 중국이다.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나흘 연속으로 수도 베이징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오렌지색(2급) 스모그 경보가 발령됐다.

차량은 비상등을 켜고 서행하고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기도 했다.

동북 3성에서도 지난 5일부터 사흘째 강한 스모그가 발생했으며 서북풍이 불면서 한반도까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란에서는 오래된 차량과 오토바이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을 정책적으로 해결하라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예술인 6천여명은 이 같은 촉구를 담은 집단 탄원서를 이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란도 난방 때문에 오염이 심해지는 겨울철이 위기다.

학교들이 종종 휴교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당국은 여름 방학을 스모그가 심각해지기 시작하는 늦가을이나 초겨울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란 의회는 대기오염 수치가 높아지면 일시적으로 차량 운행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기오염은 성장 기회를 잡지 못하고 여전히 저개발국으로 남아있는 아프리카 다수 국가에도 심각한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대기오염은 오염된 물이나 성장기 영양실조를 제치고 가장 큰 조기사망 원인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에서 나쁜 공기 때문에 죽는 이들은 한 해 71만2천 명으로,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4천470억 달러(약 51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오염된 물로 인한 사망자 54만2천명,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자 27만5천명,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인한 사망자 39만1천명보다 훨씬 많았다.

일부 소득이 높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자동차 배기가스나 화력발전소 배출가스 문제가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나라에서는 쓰레기를 태우거나 실내에서 요리할 때 피우는 불, 디젤 전기 발전기, 공해 방지 장치 없는 자동차, 석유 화학 공장 등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이 합해져 대기오염이 가속하고 있다.

선진국 중에서 대기오염으로 몸살을 앓는 곳은 영국으로, 미온적인 정부 정책이 종종 대중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영국 법원은 정부가 대기오염을 법적 기준 이하로 낮추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며 환경단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정부가 시급한 조치를 취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공기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악명이 높은 런던에서 대기오염의 주원인은 화석 연료에 의존한 대중교통과 디젤 자동차다.

이에 따라 교통 혼잡통행료, 주차요금, 속도 제한, 대중교통 개선, 친환경 운전, 도보·자전거 기반시설 확충 등의 공기질 개선책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WHO에 따르면 한 해 대기오염 때문에 사망하는 사람은 전 세계 사망자의 12%에 해당하는 700만 명에 육박한다.

대기오염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이다.

지난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도 델리 주의 취학 연령 어린이 440만 명 중 절반이 폐 발달이 저해됐으며, 이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세프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 세계 어린이 20억 명 중 3분의 1이 인도 북부와 그 주변 지역의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남아시아 어린이 2억2천만 명을 포함에 무려 3억 명의 어린이가 WHO의 안전 기준보다 6배 이상 높은 오염 수준에 노출돼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은 이 같은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기오염을 '보이지 않는 살인마'(invisible killer)로 규정하고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WHO는 2030년까지 대기오염에 따른 사망자의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 유엔 산하 기구는 기후·깨끗한공기연합(CCAC), 노르웨이 정부와 함께 대기오염 위험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인식을 촉구하는 캠페인에 지난달 돌입했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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