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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사교육 철폐, 국민투표에 부칠것"

인서비1 2016. 10. 17. 08:49

남경필 "사교육 철폐, 국민투표에 부칠것"

남경필 경기도지사 인터뷰 "대권 비전은.."年20조 사교육, 불공정사회 만들어 누군가는 '멈추라'는 휘슬 불어야수도이전-모병제 등 공약 미리 공개.. 경선과정 충분한 토론 하자는 뜻동아일보 | 입력 2016.10.17. 03:06 | 수정 2016.10.17. 08:03



[동아일보]
 남경필 경기도지사(사진)는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된다면 2018년 지방선거 때 사교육 전면 철폐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사회가 연간 20조 원에 이르는 사교육으로 인해 모두 함께 낭떠러지로 달려가고 있다”며 “죽는 길인 줄 알면서도 옆 사람이 뛰니 나도 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멈추라’고 휘슬을 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 이전과 모병제 도입에 이어 사교육 전면 철폐를 새로운 화두로 던진 것이다.

 

 

▼ “사교육 철폐, 국민투표에 부칠것” ▼

“내년 대선 시대정신은 자유-공유”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5일 자신의 모교인 서울 종로구 경복고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 지사는 “내가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2018년 지방선거에서 사교육을 전면 폐지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자유와 공유’다. 민주적 가치에 권력의 공유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넣어야 협치가 가능하다. 정치는 협치형 대통령제, 경제는 공유적 시장경제, 교육은 사교육 전면 폐지를 통한 학교의 교육 플랫폼화. 이것이 전 세계에 없는 ‘제4의 길’이다. 대한민국의 국가 시스템이 전 세계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수 있다. 그래야 선진국이 된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선 플랜’을 모두 풀어 놓았다. 그는 “수도 이전과 모병제 도입, 사교육 철폐 등 내 화두를 모두 던진 건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대형 공약을 불쑥 제시해 제대로 된 토론 과정 없이 정치적 공방으로 흐르는 과거 방식을 막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이어 “내년 대선에 출마할 사람들은 이 정도 고민은 갖고 와야 한다. 2017년 대선 시험지를 미리 공유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는 남 지사의 모교인 서울 종로구 경복고에서 진행했다. 남 지사의 한 참모는 “남 지사가 사교육 철폐 선언을 자신의 모교에서 하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왜 사교육 철폐인가.

 “국민은 연령과 상관없이 상위 5%를 빼고 모두 불안하다. 행복하지 않다. 특히 청소년들은 하루하루 창의력과 체력을 키우고 마음을 넓히는 데 쓰는 게 아니라 사교육에 내몰리고 있다.”

 ―그렇다 해도 사교육 전면 철폐는 너무 급진적인 것 아닌가.

 “‘흙수저, 금수저론’의 핵심은 군과 교육이다. 아이들은 교육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우리 사회 룰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그 주범이 사교육이다. 모두가 낭떠러지인 줄 알면서 달려가고 있는데, 이제는 휘슬을 불어야 한다.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2018년 지방선거 때 사교육 폐지 안건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

 ―왜 국민투표인가.

 “사교육은 독재 권력도 해결하지 못했다. 법으로도 막을 수 없다. 국민적 동의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국민투표가 통과되면 ‘교육의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을 만들 것이다.”

 ―사교육 금지법안은 이미 위헌 판결을 받았다.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나.(과외금지법안은 2000년 4월 27일 헌법재판소에서 ‘자녀교육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필요 이상으로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이 났다.)

 “국민투표는 고도의 정치행위다. 사교육은 공동체 질서를 파괴하는 중대한 사회 문제다. 저출산 문제와도 직결된다. 국민투표만이 위헌 논란을 없앨 유일한 방법이다.”

 ―국민투표가 통과된다면 ‘교육의 김영란법’엔 무엇을 담나.

 “사교육 범위와 사회적 처벌 수위 등을 합의해야 한다. 여기에 몇 가지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첫째 공교육 정상화 방안, 둘째 복잡한 입시를 간소화하는 방안, 셋째 대학 서열화를 완화시키는 방안 등이다.”

 ―공교육 정상화 방안은 무엇인가.

 “학교는 이미 피폐했다. 수업시간은 자는 시간이다. 공교육 정상화의 핵심은 입시공부 외에 창의력을 포함한 사회적 교육을 모두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사교육 시장 붕괴의 충격이 상당할 텐데….

 “학교가 명실상부한 ‘교육 플랫폼’이 되면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20조 원에 이르는 사교육 시장을 공교육 안으로 전부 끌어들일 순 없겠지만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사교육 철폐로 가구당 30만∼50만 원의 지출이 절약된다. 이를 통해 내수를 활성화할 수 있다. 20조 원의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교육 철폐는 경제 활성화 대책이기도 하다.”

 ―모병제는 안보 위기 상황에서 보수층의 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인구절벽이 5, 6년 뒤 시작된다. 미국이 모병제로 전환하는 데 4년 걸렸다. 2018년 새 정부에서 시작해도 2022년경 모병제가 가능하다. 지금 논의하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군대에 갈 애들이 없어진다. 안보를 걱정하는 보수라면 모병제에 반대할 수 있지만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핵무장 준비나 전시작전권 환수 등은 안보 위기 속에 한미동맹을 위협하는 것 아닌가.

 “보수가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미동맹이 영원하리라고 보나. 미국의 ‘트럼프 현상’은 구조적 문제다. 미국도 먹고살기 힘들다는 불만이 가득 차 있다. 미국이 ‘안보는 너희가 알아서 하라’고 하는 날이 훨씬 빨리 다가올 것이다.”

 남 지사는 인터뷰를 마치며 “다른 대선 후보들이 내가 내놓은 화두를 두고 토론하려면 사교육이 필요할지 모르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자신의 화두가 내년 대선의 주요 이슈가 될 수 있음을 자신한다는 얘기다.

이재명 egija@donga.com·강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