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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교육 받으려고 학원行.. 사교육 유발하는 영재교육원

인서비1 2016. 2. 25. 10:22

영재교육 받으려고 학원行.. 사교육 유발하는 영재교육원

넘쳐나는 영재교육 실태 진단동아일보 | 입력 2016.02.25. 03:02 | 수정 2016.02.25. 04:46            

       
[동아일보]
‘영재교육진흥법’이 2000년 제정된 이후 영재교육의 외형은 급격히 성장했다. 단위학교나 지역 공동으로 운영되는 영재학급, 교육청 또는 대학 부설 형태의 영재교육원, 고등학교 과정을 운영하는 영재학교 등이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에 2538개.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이 전체 학생 중 1.81%에 달할 정도로 양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영재교육이 부실하게 이뤄지는 사례도 많고, 사교육을 유발하는 등 질적인 측면에서는 개선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재교육원 들어가려면 사교육 받아라?

영재교육원은 선발 인원이 제한돼 있고 기관의 특성이 달라 상당수 교육원의 입학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학부모 사이에서 영재학교나 과학고 입학에 유리하다고 알려진 영재교육원 입학 경쟁은 더욱 치열해 입학을 위한 사교육이 만연하고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의 출제 문제를 분석한 결과 선행학습을 하거나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풀 수 없는 문제가 다수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4, 5학년 영재교육 대상자를 선발하는 지난해 서울시교육청 영재교육원의 창의적 문제해결력 평가에서는 정육면체의 전개도 관련 문항이 출제됐다. 이 시험을 보는 학생은 초등학교 3, 4학년인데, 교육과정상 정육면체라는 용어와 정육면체의 전개도는 모두 5학년 1학기에 배우는 내용이다.

또 올림피아드 대회나 수학 경시대회를 대비하는 사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다루는 문제가 나오는데 이것은 영재교육원에 들어가려면 사교육으로 훈련을 받으라는 의미라는 주장도 있다. 영재교육원의 선발 시험에서 이런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에 정상적인 교육과정으로는 준비할 수 없고, 사교육 없이는 주어진 시간 안에 풀 수 없다는 것. 김정연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연구위원은 “창의적 문제해결력 평가라는 명목으로 실시하는 지필시험을 지양하고 서류와 면접 전형으로만 영재교육 대상자를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재성 검사인 창의적 문제해결력 평가에 대비한 교재 시장도 형성돼 있고, 글쓰기가 서투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재교육원 입학 서류인 자기소개서 작성 방법을 가르치는 사교육 업체도 영업하고 있다. 이렇듯 사교육을 거쳐 영재교육 기관에 들어가는 것은 영재교육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재교육진흥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영재는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해 특별한 교육을 필요로 하는 자’인데, 실제로는 사교육에 의한 선행학습으로 ‘만들어진 영재’가 선발되고 있는 것. 영재성이 잠재된 학생이 영재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개인적 국가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 부실하고 변질된 영재교육

영재학급은 교육 프로그램의 질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영재학급은 수익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면서 교육청 지원이 줄어 수업에 필요한 교구, 실험 도구 등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교육 프로그램도 부실해지고 있다.

영재학급이 양적으로 팽창하면서 영재학급에서 공부한다고 해서 그 학생이 영재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생의 수준도 사실상 자신의 학년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영재학급의 모집 인원을 채우기 힘든 해가 많아 결정적 결격 사유가 없으면 지원자 대부분을 받아주는 등 영재학급 학생들이 영재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영재학급의 수는 2013년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영재교육이 상급 학교 진학용 서류를 만들기 위한 과정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있다. 충북의 한 영재교육원은 학생들에게 요일별로 주제를 줘 글쓰기를 하도록 하고 영어 문장 번역 과제를 내는데, 이를 모아 개인별 창작집을 발간하고 있다. 이는 진학을 위한 기본 서류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영재교육이 표방하는 창의융합교육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지난해 영재교육기관의 유형별 현황을 보면 수학, 과학, 수·과학의 비율이 81.2%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보과학, 인문사회, 외국어, 발명, 음악, 미술, 체육 등 나머지 분야를 모두 합쳐도 18.8%에 불과하다. 과학고 입시나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되는 과목을 중심으로 영재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연구위원은 “영재교육 도입 이후 현장의 여건, 지원을 고려하지 않고 대상자 확대에만 치중하면서 여러 폐해를 낳았다”며 “앞으로는 양적 증가보다 질적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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