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society

부모 노조 가입률 높으면 자녀 '미래소득' 높아진다

인서비1 2015. 11. 10. 00:00

부모 노조 가입률 높으면 자녀 '미래소득' 높아진다

하버드대·웰즐리대 교수, 노조·계층 이동 연관성 논문경향신문 | 조형국 기자 | 입력 2015.11.09. 22:55                

“우리는 부모의 노조 가입 여부가 자녀의 웰빙과 중대하고도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노조는 노동자들의 경제적 삶을 개선시키고 그들 자녀의 삶도 개선시킨다. (중략) 확실한 것은, 노조가 번창하는 곳에선 (자녀세대의) 계층 간 이동도 활발해진다.”

노동조합이 자녀세대의 경제적 삶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발표됐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부모에 비해 노조 활동을 하는 부모의 자녀세대 소득이 더 높았고, 교육·소득 수준이 낮거나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부모일수록 노조 가입 여부에 따라 자녀세대의 소득 격차가 더 컸다.

지난달 9일 미국진보센터의 리처드 프리먼 하버드대 교수, 유니스 한 웰즐리대 교수 등이 발표한 ‘노동조합이 계층 간 이동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노조 가입률이 높은 지역이나 노조에 가입한 가구에서 자녀세대의 소득 수준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라즈 체티 스탠퍼드대 교수 등이 미국 불평등 문제를 다룬 ‘미국 세대 간 계층 이동 지형’ 보고서를 활용해 소득 불평등·편모 여부·사회적 자본 등 요인 외에도 노조 조직률이 계층 간 이동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보고서를 보면 부모 소득이 하위 25%였던 청소년들이 29~32세로 자랐을 경우, 부모세대의 노조 가입률이 10%포인트 높아지면 자녀의 소득 분포는 1.3%포인트 올랐다. 노조 가입률이 16%인 도시에서 한 청년이 소득 하위 25% 가정에서 자라 29~32세에 소득 하위 40.7%에 위치했다면, 노조 가입률 26% 도시에서 자랐을 경우 29~32세에 소득 하위 42%로 1.3%포인트 높아진다는 뜻이다.

노조 조직률이 지역 전체 미래 세대의 소득을 올린다는 내용도 담겼다. 보고서는 “소득과 상관없이 노조 조직률이 10%포인트가량 늘면 미래 세대의 기대 소득은 3~4.5%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저학력이거나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부모의 노조 가입 여부가 자녀의 계층 간 이동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게 나타났다. 자녀세대의 임금은 아버지가 노조에 가입했을 때 18.7%, 대학을 나오지 않은 아버지가 노조에 가입했을 때 28%,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아버지가 노조에 가입했을 때 21.3% 올랐다.

보고서는 지속적 수입과 예측가능한 근무로 자녀세대에 안정적인 성장 환경이 제공된다는 점과 건강보험 확대, 최저임금 인상, 복지지출 증대 등 노동자에게 유리한 정책이 노조에 의해 강화되는 점이 미래 세대의 생활 개선에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노조에 가입한 부모의 자녀는 그렇지 않은 자녀에 비해 높은 임금과 양질의 교육을 받았다”며 “노조를 강화하는 것이 세대 간 계층 이동을 촉진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자들이 더 많은 몫을 가져가면 기업 이윤이 줄어든다는 주장과 달리, 노조 활성화로 인한 불평등 감소가 오히려 생산성을 높인다고 수많은 연구들이 밝히고 있다”며 “10%대에 불과한 한국의 노조 조직률이 높아지면 소득 불평등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