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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선 옷·신발 착용 '생존수영'..한국선 물장구치는 수준

인서비1 2015. 4. 11. 08:15

유럽선 옷·신발 착용 '생존수영'..한국선 물장구치는 수준

초등 3학년 때만 1년 12시간 의무교육


저가 수학여행 여전, 안전요원 역할 못해


교원 임용시험 때 안전관리도 평가해야

 

매일경제 | 입력 2015.04.11 04:03

 

◆ 2015 신년기획 線지키는 先진사회 / 여전히 위태로운 해양안전線 (下) 실효성 없는 안전교육 ◆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이 한정돼 있다 보니 교육하기 좋은 5~8월에 (학교들이) 우후죽순 몰려듭니다. 이때 수영장을 못 구한 많은 학교들은 한창 추운 12월이나 3월이 돼서야 가까스로 교육을 진행할 수 있어요. 추위에 떠는 학생들은 제대로 배울 리 만무하죠."(교육청 관계자) "1년에 공식적으로 잡힌 건 12시간이지만 이동시간과 준비시간이 포함된 터라 실질적인 교육시간은 6시간에 불과합니다. 심폐소생술 같은 구조교육과 생존수영 과목도 포함돼 있는데 짧은 시간 동안 진행돼 아쉬울 따름입니다."(잠실학생체육관 수영장 관계자)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았지만 여전히 교육현장은 '해양안전선(線)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현재 수영교육은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체육과정에 12시간 편성돼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생존수영을 교육과정에 포함시켰지만 학생 개개인 수영실력 증진으로 연결되기는 역부족이다.

↑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 수영장에서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물에 뜰 수 있도록 도와주는 킥판을 잡고 물장구를 치며 수영 강습을 받고 있다. [이충우 기자]

잠실학생체육관 수영장 관계자는 "학교 수영수업은 기껏해야 물과 친해지는 정도"라며 "하루 2시간(서류상 4시간)씩 3일 만에 몰아서 하는 학교도 있을 만큼 효율적인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고 전했다. 현실은 정해진 의무시간만 채우면 그만인 '무늬만 수영교육'인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 수영강의를 이수한 초등학교 3학년 학생 중 수영으로 10m 이상 이동이 불가능한 학생이 무려 전체의 51.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안전교육을 독립 교과로 운영 중인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과 뚜렷이 대비된다. 영국 이튼스쿨은 졸업 때까지 수영으로 1.6㎞를 도강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수영교육을 실시한다. 독일 프랑스 홍콩에서는 30분~1시간 이상 물에 떠 있도록 훈련한다. 일본은 중학교까지 수영이 의무과목이다.

노경란 성신여대 학교안전연구소 교수는 "현재까지도 교육현장이 안전 이슈에 무감각한 실정"이라며 "수영교육 등 재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교육이 정착되도록 양질의 정책과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등 유럽 선진국들은 수십 년 전부터 실제 해상 재난 상황을 가정해 옷과 신발을 입은 상태로 수영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가르친다. 초등학교 저학년 교육과정에 착의수영 수업이 반영돼 있어 그야말로 '생존수영'이다.

수학여행으로 눈길을 돌려도 안전의식 부재(不在)는 여전하다. 상당수 학교는 아직도 값싸고 질 낮은 수학여행을 선호한다. 강원도 소재 A고등학교는 지난달 2박3일간 제주도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학생 110여 명을 인솔하는 교사는 5명이었으며, 여행사가 섭외한 안전요원 2명이 함께했다.

교육부 지침에 따라 학생 50명당 1명꼴로 안전요원이 배치됐지만 학생들 안전을 전반적으로 책임지지 않는 '무늬만 안전요원'에 그쳤다. A고등학교 관계자는 "여행사가 제주도 사정에 밝은 안전요원을 섭외해줬지만 사실상 일정관리만을 도맡았다"고 말했다.

최저가 낙찰 방식으로 최종 낙찰받은 여행사 관계자는 "과열 경쟁 탓에 적자를 감수해야 할 때가 부지기수고 안전과 서비스 등 질을 따질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 등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11만6527건으로 10만5088건이었던 2013년보다 10.9%나 많았다.

문현철 조선대 교수는 "50명당 안전요원 1명을 둔다는 기계적인 규정으로는 현장에서 쓸모가 없다"며 "중장기적으로 사범대와 교육대 교과과정에 안전 과목 이수를 의무화하고 교원 임용고사에 안전관리 항목을 넣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시균 기자 / 문재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