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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집값-사교육비 대느라 삶의 질 되레 뒷걸음질

인서비1 2015. 2. 13. 07:41

중산층 집값-사교육비 대느라 삶의 질 되레 뒷걸음질

현대경제硏 1990∼2013년 중산층의 삶 비교해보니
가처분소득 4.7배로 늘었지만 전세보증금은 13.2배로 오르고
여가-건강 비용은 줄거나 비슷… 중산층 비중도 5.7%P 감소
사교육비는 13년새 3.7%P↑
동아일보 | 입력 2015.02.13 03:05 | 수정 2015.02.13 04:10

[동아일보]

1990년 한 중산층 가정의 가장인 '구중산' 씨(38).

고졸 학력의 직장인으로 부인과 두 자녀를 두고 있다. 구 씨의 평균소득은 연봉 984만 원 정도로, 세금과 공적연금 등을 뺀 가처분소득(개인소득 중 소비, 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은 809만 원 정도 남았다. 당시 평균 전세보증금이 약 890만 원이었음을 감안하면 한 푼도 안 쓰고 돈을 모은다고 했을 때 1년 1개월 남짓이면 전셋집을 구할 수 있었다.

2013년 중산층 가정의 대졸 출신 가장인 '신중산' 씨(48).



그는 맞벌이하느라 자식은 한 명만 낳았다. 가처분소득은 연 3792만 원으로 1990년보다 4.7배로 올랐지만 그동안 평균 전세보증금은 1억1707만 원으로 13.2배로 올랐다. 한 푼도 안 쓰고 모아도 3년 1개월여가 걸리는 액수다. 게다가 사교육 광풍이 불어 자녀는 한 명뿐인데 사교육비로 나가는 돈이 가처분소득의 10.5%에 이른다. 당연히 여가나 취미에 돈을 쓸 여유가 없다.

한국 중산층의 소득이 높아지고 고용 측면에서도 상황이 좋아졌지만 높은 주거비용과 교육비 때문에 삶의 질은 더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2일 발표한 '우리나라 중산층 삶의 질 변화' 보고서의 내용이다. '구중산' 씨와 '신중산' 씨는 연구 결과에 따라 당시 중산층의 평균적인 모습을 가상으로 나타낸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말하는 중산층이란, 가족수를 고려한 가처분소득이 중위소득(소득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정확히 중간 등수에 있는 소득)의 50∼150%에 속하는 계층이다. 2013년 4인 가구 기준으로는 가처분소득이 월 193만∼579만 원, 1인 가구 기준으로는 월 96만∼289만 원인 계층이 여기에 속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중산층 비중은 1990년 75.4%에서 2000년 71.7%, 2013년 69.7%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2013년 기준으로 고소득층은 18.5%, 저소득층은 11.8%였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은 늘어나고 중산층은 줄어드는 양극화가 진행된 것이다. 분석 결과 중산층의 소득과 고용은 예전에 비해 좋아졌다. 가처분소득이 1990년 월평균 70만 원에서 2013년 316만 원으로 연평균 6.8%씩 늘어 다른 계층(저소득층 5.8%, 고소득층 6.6%)에 비해 소득 증가율이 높았다. 중산층에서 맞벌이 가구의 비율은 1990년 15.1%에서 지난해 37.9%로 크게 늘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진 영향이다.

하지만 주거, 교육, 여가, 건강 등 지출 부담이 늘어났다. 중산층 가구의 전세보증금이 연평균 11.8%씩 올라 소득 증가 속도보다 빨랐다. 사교육비도 문제다. 가처분소득에서 학원비와 과외비 등 사교육비 부담은 2000년 6.8%에서 2013년 10.5%로 올라, 고소득층(2013년 8.3%)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소득은 적은데도 그에 비해 사교육에는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 셈이다.

결국 여가와 건강에 쓰는 돈은 줄어들거나 그대로였다. 총 소비지출에서 오락·문화 관련 지출의 비중은 1990년 5.9%에서 2013년 5.3%로 오히려 줄었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산층의 소득 증가로 경제적 여유가 늘었음에도 주거와 교육비 부담이 커져 삶의 질은 악화됐다"며 "주거 및 교육비 지출 부담을 낮춰주는 한편 여가 활용을 통한 오락·문화 소비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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