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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수학교육 2편> 사교육 광풍 진원지..중학생이 '대학 수학'

인서비1 2014. 8. 25. 10:47

<기획취재: 수학교육 2편> 사교육 광풍 진원지..중학생이 '대학 수학'

EBS | 입력 2014.08.12 22:02 | 수정 2014.08.12 22:13

 

수학 교육의 문제와 대안을 살펴보는 연속 기획, 오늘은

사교육 광풍의 진원지가 되어버린 수학 선행학습 실태를

짚어봅니다. 가장 사교육비가 많이 든다는 수학, 최근엔

과열되다 못해, 중학생에게 대학 수학을 가르치는 학원까지

생길 정도입니다. 서현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학원가의 효자 상품인 수학 선행학습.

실제 학년보다 1~2년 정도 앞당겨 가르치는 건

더 이상 특별한 일도 아닙니다.

인터뷰: 김OO / 학부모

"(선행을) 빨리 하면 학교 가서 좀 편안하게 그쪽 공부는

수월하게 할 수 있고 나머지 과목들에 집중해서

시간을 좀 벌 수 있지 않을까…"

학원 진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학원에 입학하려고 다른 학원을 다니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최상위권 학생도 골라서 받는다는 한 수학 학원.

중학교 1학년 반에 들어가려면,

고1 수준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상담교사 / A학원 관계자

"의대 가기 위해서는 상위 0.1% 그 정도 수학 선행을

미리 하는 거죠. 중학교 3년 내내 고등학교 이과 수학을 배우는 겁니다."

선행학습을 전문으로 하는 또 다른 수학학원.

하루 다섯 시간씩, 주 2회 과정을 들으면

넉 달 만에 한 학년 과정을 끝내준다고 장담합니다.

인터뷰: 상담교사 / B학원 관계자

"4학년부터 저희가 하는데 초등학교 5학년(중에)

수Ⅰ, 수Ⅱ 진행하고 있어요."

실제, 이 학원에 다니는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은

미적분 같은 고등학교 과정을 배우고 있습니다.

최근엔 대학의 개론 과정까지 일부 가르쳐주는

경시대회 대비반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인터뷰: 상담교사 / C학원 관계자

"경시를 공부했던 아이와 하지 않은 아이는 나중에 고등학교 가서,

고난도의 서술형 문제를 풀 때 거기서 달라집니다."

한 교육시민단체의 조사 결과,

서울 시내 10개 학원의 수학 선행학습 기간은 평균 4년.

최대 7개 학년까지

선행학습을 시켜주는 학원도 있었습니다.

유독 수학에서 이렇게 기형적 선행학습이 당연시되는 건

입시 때문입니다.

대부분 순발력과 문제풀이 경쟁이기 때문에,

'미리 배우고 반복해야 한다'는 학원가의 논리가

먹힐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박OO / 학부모

"(학원에) 들어가는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시험을 봐서 할 정도로, 들어가면 살아남기 위해,

나오지 않기 위해 열심히 버텨야죠.

보통 밤 12시까지는 기본으로 하고요."

문제는 이런 기계적 진도 빼기가

학생들이 수학을 더 싫어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OO / 고등학생

"(수학문제) 안 풀리는데 (학원에서)

계속 시키니까 재미없죠. 가기 싫고…"

중학생 10명 가운데 8명은

고등학교 수학을 미리 배운 뒤 진학을 하고,

사교육비 통계조사에서도 사교육 참여율은

수학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EBS 뉴스, 서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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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어려워서 학원을 찾고,

학원 수업에 지쳐서 수학이 더 싫어지는 악순환.

이 악순환의 고리가 본격화되는 시기가 있습니다.

바로 중학교 때입니다.

사교육비 통계를 봤더니,

초등학생의 수학 사교육 참여율은 46.8%,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57.9%로 급증하는데요.

전체 일반교과 사교육 참여율이

초등 63.8%, 중등 64.1%로

별 차이가 없는 것과 대조적이죠.

수학 학원비도 초등학생 때는

한 달에 4만 5천 원 정도면 됐는데,

중학생들은 10만 5천 원으로 늘어납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이 시기를 지나면서,

수학을 대하는 학생들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겁니다.

수학을 아예 포기하면서,

학교 수업 자체를 외면하는 학생들이 급증한다는 겁니다.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의 수학 시간을 비교해봤습니다.

수학 골든벨 수업이 한창인 한 초등학교.

"수학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사람 손 들어주세요."

인터뷰: 강현민 6학년 / 서울 장월초등학교

"(수학은)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흥미로워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불과 3~4년 만에

상황은 완전히 바뀝니다.

"수학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사람 손 한 번 들어주겠어요?"

인터뷰: 김OO / 고등학생

"지금은 수포자? (수학공부) 하고 싶은데 엄두가 안 나니까…"

아이들이 수학에 대한 희망을 놓기까지,

우리 교육엔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걸까.

문제는 중학교입니다.

잘 해보려고 학원에 의존하는데,

결국 수학 포기자가 되고 맙니다.

도대체 이 시기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이윤녕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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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학교 1학년인 윤예의 성적은 상위권.

하지만 그런 윤예에게도

수학 과목만큼은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중학생이 되면서 갑자기 늘어난

학습량과 높아진 난이도 때문입니다.

윤예가 이번 기말고사를 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양의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세어 봤습니다.

시험범위는 총 2개 단원인데,

일단 교과서에서만 예제와 연습 문제 등

약 150개의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그리고 수학 문제집 6권을 더 본다는 윤예의 경우,

A문제집 605문제, B문제집 521문제,

C문제집 340문제 등

기말까지 모두 2,158개의 문제를 더 풀게 됩니다.

여기에 단원당

대여섯 장씩 되는 학교 유인물과

기말을 위한 기출문제집까지 더하면

풀어야 할 문제 수는 훨씬 더 많아집니다.

이번엔 윤예가 초등학교 때 풀던

문제집과 지금의 교재를 비교해봤습니다.

비교적 쉬운 개념과 문제들이

그림과 함께 재미있게 설명된 초등학교에 비해

중학교 책은 딱딱한 수학 공식과

수많은 문제들만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인터뷰: 곽윤예 1학년 / 서울 잠실중

"초등학교 때는 그래도 주로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이해하기 쉽게

밑에 자세한 설명이나 그런 게 있었는데 중학교는

그냥 공식이면 공식, 단어면 단어 이렇게만 쭉 나열되어 있어서

자신이 좀 예습을 해 와야 그래도 이해할 수 있는…"

중학생이 되고 유난히 수학을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우리나라 수학 교육과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만 봐도,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면서

수학 우수학생의 비율은 급격히 줄고

미달학생의 비율은 4배 가까이 늘어납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함께 비교해 봐도

확실히 눈에 띄게 다른 결과입니다.

전문가들은 중학생이 되면

학습내용 자체가 갑자기 어려워지는데다

수업방식도 본격적인 입시 위주로

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수학 용어들에

절대적인 평균 자체가 내려가면서

자신감을 잃고 포기해버리는

학생이 늘어난다는 겁니다.

특히, 이때부터는

내신이나 고교 진학 준비를 위한

사교육도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수학에 아예 흥미를 잃어버리는

아이들도 많아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 최수일 대표 / 수학사교육포럼

"초등에 비해서 점수가 갑자기 낮은, 한 30점이나 40점

이런 점수를 받는 아이들이 많아지거든요.

그런데 그런 아이들은 사실 60~70점을 맞아서

꼴찌 하는 것하고 10~20점 맞아서 하위권에 있는 거랑은

전혀 다르거든요. 때문에 공부할 의욕을

많이 잃어버리는 것 같아요."

결국 '수포자' 양산의 약한 고리인

중학 수학교육이 단단해지려면,

입시제도 자체의 손질과 함께

초·중·고등학교로 이어지는

전반적인 수학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EBS뉴스 이윤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