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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감다가 물이 쏟아질 때, 숨이 턱 막혔다"

인서비1 2014. 7. 3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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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6일 오전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과 여행객 등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하고 있다.
ⓒ 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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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일문일답은 28~29일 증인 신문과정에서 기자가 직접 들은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법원이 정리한 공식 조서 내용과는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주

단원고 O학생(남, 기자 주 - 발언순서에 따라 알파벳순으로 명명)은 세월호에서 탈출 이후 안산 고대 병원으로 왔다. 병원 욕실에서 그는 소금기를 씻기 위해 물을 틀었다. 물이 쏟아지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정신적 충격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같은 방에 있던 친구들 중 혼자 살아남았다.

"살 것이라고 딱히 생각하지도 않았다"는 그는 선장과 선원들의 처벌에 대해 질문 받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도 그냥 핸드폰만 보는 그런 학교 생활을 보내고 있다"며 "내 친구들의 이유 없는 죽음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생님이 해경 왔다고 버티라고 했는데, 해경은 도무지 구해줄 생각이 없었다"며 "그냥 물이 차오를 때까지만 대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운동 잘하는 친구들은 없고 나만 그렇게 살아왔다"고 말했다.

다음은 O학생의 증언을 정리한 것이다. 앞부분은 검찰 측, 뒷부분은 변호인 측 신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배 밖으로 나왔을 때, 배는 이미 잠겨 있었다"

[검찰 측 신문]

- 세월호 탔을 때 배정받은 객실은 어디였나.
"원래는 B-18이었다. 근데 친하지 않은 애들이 많아서 B-5로 옮겼다. 잠도 거기서 잤다."

- 사고 당일, 아침에는 뭘 하고 있었나
"아침 먹으라고 해서 아침 먹고 올라와서 머리를 감았다. 씻고, 다시 방으로 와서 놀고 있었다."

- 그때 아침 먹고 난 시간은?
"잘 모르겠다."

- 그럼 놀고 있을 때 갑자기 배가 기울었나. 어떻게 기울었나.
"1, 2초 기울다가 확 기울었다. 방에는 갖고 온 여행가방이 전부 다 기울어진 쪽으로 쏠렸다. 다른 방에서는 물건 깨지는 소리 들렸다."

- '쿵'하는 소리나 큰 소리는 들었냐.
"아니 그런 건 없었다. 우리는 기울어진 쪽에 있어서 밖에는 물밖에 안 보였다."

- 그럼 방이 왼쪽으로 몰렸는데, 증인은 B-5에서 언제 복도로 나왔냐.
"친구들끼리 비상사태라고 하면서 내가 그때 방에서 제일 맨 밑에 있어서 구명조끼를 다 꺼내서 던져줬다. 그 후에 문밖으로 나와서 서 있었다."

- 그 시간, 혹시 기억하나.
"기울고 1분도 안 걸렸던 것 같다."

- 나와서 안내방송 들었나.
"아니다. 그땐 못 듣고 애들이 전부 나와서 벽에 기댈 때에야 움직이지 말라고 방송 나왔다. 그리고 한참 지나서야 구명조끼를 착용하라고 했다."

- 탈출할 때 어떻게 위로 올라왔냐.
"처음에 B-5에 있다가 레크리에이션룸쪽에 있던 애들이 배가 기울자마자 굴러 떨어졌다. 그리고 좌현 갑판쪽에서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때 애들이 떨어져서 레크리에이션룸 앞에는 비어 있고, 떨어진 애들은 잡을 게 없어서 올라올 수 없었다. 체육선생님인가가 계셔서 그 선생님이 앞에 있는 애들을 레크리에이션룸 벽까지 오도록 해줬다. 또 좌현 창문이 깨져서 물이 빨리 들어왔다. 출입문쪽에는 일반인 2명이랑 애들이 있었는데 애들도 구명조끼 입어서 물 타고 올라오는데, 정신 차릴 틈도 없이 정말 빨리 물이 찼다. 물이 올라오는 걸 확인하고 선생님이 올라갈 준비하라고 했을 때 이미 허벅지쯤 찼다.

올라오는 도중에 여자방으로 가는 통로, F-7쪽에는 물이 없다가 그쪽으로 물이 들어갔다. 그 근처에 있는데 수압이 세서 문에 다리가 걸렸다. 그 통로에 여자 2-3명이 있었다. F-7번방쪽에 그 아이들은 가만히 있었다. 내 앞에 있는 애가 물에 뛰어내리라고 해서 나도 덩달아 말했다. 근데 물이 진짜 빨리 차서 그 말을 했는데, 물이 금방 차서 애들은 못 나왔다.

그 때 나는 발이 끼었는데 어느 정도 물이 차서 그런지 느슨해졌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계속 우현쪽으로 올라왔다. 거기 4층에서 5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중앙 계단 옆쪽에)에 15~16명이 빠졌다. 나는 근처 봉에 걸려서 못 가고 있었다. 속으로 막 욕했는데, 또 물이 차서 그런지 느슨해져서 우현으로 올라왔다. S-6쪽 통로에는 물이 별로 안 들어가 있었다. 그쯤에 정신 차려보니까 내 주위에는 두 세명 밖에 없었다. 출입문까지 오니까 소방호스가 연결돼 있어서 그걸 타고 갑판쪽으로 빠져나왔다."

- 밖으로 나왔을 때 배가 얼마나 기울었나?
"배 모양은 안 보이고, 단면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잠겼다."

- 옆으로 누웠다는 뜻인가.
"네. 우리가 그냥 땅을 밟고 있는 것처럼, 배 벽을 밟고만 있었다."

- 탈출할 때까지 선원이나 해경 도움 받은 적 없나.
"네."

- 근데 왜 좌현에 물이 들어오기 전에 나갈 생각 안 했냐.
"뭐 잡고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기울어지는 반대쪽으로 올라가면 그나마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했다. 근데 방송에선 움직이지말라고 하고 선생님들은 그 말 때문에 우리를 계속 통제했다. 한 명이 장난처럼 움직였다가 엄청 (친구들한테) 야유 받아서 아무도 움직일 생각 못했다."

- 다친 곳은 없나.
"다리 걸린 것 때문에 근육이 조금 다쳤다고 들었다."

- 사고 당시 생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첫날에는 좀 힘들었다. 첫날에 우리가 이제 막 바다에서 탈출하고 바다 소금기 때문에 씻어야 했다. 병원에서 있다가 씻으려고 (욕실에) 들어가는데 머리 감을 때 물이 쏟아지는 순간…숨이 턱 막혔다. 정말 힘들었다."

- 선원들 재판을 하는데 처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처벌 받았으면 좋겠다. 내 친구들이 왜 아무 이유 없이 진짜… 나는 13명 중에 혼자만 나왔다. 지금도 그냥 핸드폰만 보는 그런 학교 생활을 보내고 있는데 내 친구들이 아무 이유없이 죽은 이유가 정말 궁금하다. (난감한 것처럼 머리를 긁적이면서) 내가 살 거라고 딱히 기대도 안 했다. 나는 공부는 생각도 없고 운동도 못해서.. 정말... 그냥.. 선생님이 해경이 왔다고 하면서 버티라고 했는데 해경은 도무지 구해줄 생각도 없고 그냥 물이 차오를 때까지만 대기했다. 근데 운동 잘하는 친구들은 전부 없고…나만…그렇게 살아왔다. 정말 선장, 선원들 처벌받았으면 좋겠다."

"헬기 소리는 났지만 구해주진 않았다."

[변호인 측 신문]

- 선내에 대기 중에 한 학생이 움직이니까 야유 보냈다고 했는데 그때 선생님들이 혼냈나.
"네. 미술선생님이 학생들이 움직이는 걸 보고 다른 애들이 야유 보내니까 선생님이 조금 큰 소리로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 선생님도 움직이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혼냈다?
"네."

- 해경이 구해줄 생각 없었다고 했다. 해경도 나름 구조활동 한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생각하나?
"처음에 체육 선생님이 '해경 왔다, 안심해라'고 했다. 그 말 끝나고 1, 2분 정도 뒤에 헬기 소리 들렸다. 그래서 '가만히 있어도 살았다'고 생각하고 친구랑 수다 떨고 있는데 거기서 10, 20분 정도 대기를 더 탔다. 근데 물이 차는 게 보이는데도 우리는 계속 대기 타고 기다렸다. 맨 위에 애들부터 구조해주나 했는데 거기 그대로 있었다. 헬기 소리는 났지만 구해주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