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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사람을 말하다 - SBS 3부작

인서비1 2014. 3. 30. 07:12

침팬지 사람을 말하다 - SBS 3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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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3부작 방송다시보기
침팬지 사람을 말하다 (1회) 2007-10-28
침팬지 사람을 말하다 (2회) 2007-11-04
침팬지 사람을 말하다 (3회) 2007-11-11


----SBS 해설 전문인용------

SBS [침팬지 사람을 말하다] 제작후기 ① - 제작본부 신동화PD 

지 난해 창사특집 자연사 다큐멘터리로 방송된 [침팬지 사람을 말하다](기획 서유정, 연출 신동화)3부작은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관심을 얻었고, '2008 방송위원회 대상'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5년간 15개국을 취재, 유인원을 통해 새롭게 해석되는 인류 진화에 관한 보고서인 [침팬지 사람을 말하다]의 제작기를 신동화 PD에게 들어보자.
(※ 이 내용은 'Videoplus' 2007년 12월호에 게재된 제작후기를 신동화PD의 동의를 얻어 축약한 것으로 1, 2부로 나눠 싣는다.)

▶ 프롤로그

[침팬지 사람을 말하다]는 인간을 자연 속에 재위치시켜 진화의 역사와 의미를 짚어보는 자연사 다큐멘터리다. 침팬지를 통해 우리 자신을 겸손하게 들여다보고 우리가 잊고 지낸 마음의 역사를 재구성해 보고자 했다.
2002 년 봄, 지금은 이화여대에 몸담고 있는 최재천 교수가 일본 영장류 연구소를 방문할 예정인데 관심있는 PD와 동행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당시 [TV 동물농장]을 연출하던 필자는 취재하면서 만난 오랑우탄에 대해 관심이 생겨 유인원 전반에 대해 알아보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던 중이라 최 교수의 제안은 아주 좋은 기회였다. 그게 시작이었다.

▶ 위험하지만 매혹적인 침팬지

국 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의 영장류 연구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런 일본의 영장류 연구를 이끌고 있는 사람은 교토대학교 영장류 연구소장인 데츠로 마쯔자와 박사로 프로그램 제작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데 마쯔자와 박사가 촬영을 의논하는 자리에서 취재에 협조는 할 수 있으나 자신의 일상적인 연구를 방해하는 요구에 대해서는 들어주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실 안 침팬지가 있는 공간에는 취재진의 접근 자체가 힘든 상황이었다. 이처럼 촬영 환경은 좋은 조건이 아니었지만 필자의 눈앞에서 숫자를 맞추고 한자까지 알아차리는 침팬지는 매혹적인 대상이었다. 뭔가 새로운 이야기와 통찰을 끌어낼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이 예감은 향후 열정으로 변해 5년간 15개국에 이르는 장정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 마음에 관한 다큐멘터리

촬 영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제작팀이 왜 이런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어떻게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지속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짧은 설명이 필요하다. 침팬지는 독특한 동물이기도 하지만 인지과학이라는 과학의 문맥에서 보면 다른 개념이 더해진다. 즉 [침팬지 사람을 말하다]는 동물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아닌 동물의 마음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되는 것이다. 이 동물의 마음이 인간과 진화적으로 가까운 관계이므로 사람의 마음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되겠다.


▶ 익숙화 혹은 습관화


촬 영은 야생 침팬지의 생태 취재와 인지능력을 정교하게 고안하는 실험 영장류의 현장 취재 두 가지 경로를 동시에 설계했다. 우선 야생 침팬지에게 접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침팬지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사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것이 '익숙화' 혹은 '습관화'과정으로 침팬지를 계속 따라다니며 '이가 노랗고 피부가 하얀 원숭이들'이 위험하지
않 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작업이다. 그렇게 3-4년 정도의 기간 동안 침팬지 주변을 기웃거리며 안면을 트는 거다. 또, 침팬지의 행동 뒤에 감춰진 동기와 인지를 분석하는 것 또한 10,20년 이상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일이다.


▶ 답이 없는 게임

취 재진에게 침팬지 촬영은 감당하기 힘든 시간과 인내, 노력을 요하는 일이었다. 일단 침팬지를 보기도 쉽지 않았고, 늘 이동하는 야생 침팬지를 하루 종일 따라다닌다 해도 관찰 시간은 3시간 정도, 20-30m 이상의 나무 위에서 날아다니는 듯 날쌔게 움직이는 침팬지를 포착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답이 없는 게임이었다. 장비나 예산 문제보다 시간이 더 큰 문제였다. 게다가 일본 학자들은 자신들의 관찰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촬영을 바랐는데, 이는 촬영팀을 위해 시야가 좋은 지점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완성하기 위해 이곳만 취재해서 될 일도 아니었다. 뭔가 다른 수를 찾아야 했다.

▶ 접근성 해결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은 동물행동학자 사회 특유의 문화였다. 이들은 다른 연구영역에서는 드문 기록방식을 활용한다. 문서로 침팬지의 행동을 기록할 뿐만 아니라 중요한 행동은 캠코더로 촬영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이들 손에 좀 더 좋은 카메라를 들려주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바로 접근성 문제였다. 침팬지는 예민한 동물이기 때문에 취재진은 7m 이내로는 접근할 수 없다. 비록 촬영 전문가들은 아닐지라도 침팬지 촬영의 특수한 조건들을 검토해 볼 때 연구자들과 현지인들을 촬영자로 활용하는 계획은 그럴 듯 했다.
이 제작방식을 통해 차지할 수 있는 틈새가 보였다. 침팬지는 인기 있는 동물 다큐멘터리 소재로 수없이 제작됐다. 그런데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BBC나 Discovery 등의 침팬지 다큐멘터리를 살펴보면 의외로 내용이 부실하다. 내용이 부실하다는 뜻은 팩트가 많이 없다는 뜻이다. 앞에서 언급한 악조건들 때문에 거대한 자본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선진국의 방송팀도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잘만하면 이들 수준을 뛰어넘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보여 흥분되기 시작했다.

▶ 취재진의 탁월한 선택, ESP

마 쯔자와 박사도 이 새로운 촬영 방식에 흔쾌히 동의했고 새로운 시스템은 ESP(Expert Stringer Production)로 부르기로 했다. 이는 현지에 장기간 체류하는 전문연구자들이 카메라 교육을 받고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전문 연구자들은 일단 팩트에 대해서 전문가다. 침팬지 개체의 성격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던 터라 침팬지들이 무슨 행동을 할 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방송 전문가의 역량을 뛰어넘는 장점이었다. 바로 코앞까지 접근해서 찍는 화면의 근접성은 말할 것도 없었고 덕분에 특종성 화면이 쌓여갔다. 자신감도 생겼다. 프로그램의 뼈대를 세우는 야생 침팬지 촬영이라는 가장 큰 문제를 일단 해결하게 된 것이다.

▶ 싸운 침팬지, 화해하는 침팬지 따로?

다 음에 해결해야할 문제는 침팬지들의 사회적 지능과 관련된 상호작용을 촬영하는 일이었다. 처음 촬영하려했던 보수 침팬지 무리는 여러 지리적, 환경적 조건들로 인해 상호작용을 촬영하기 힘든 집단이었다. 먼저 떠오른 것은 우간다의 키발레 국립공원에서 서식하는 느고고 침팬지 무리였다. 키발레 국립공원으로 2005년 답사를 갔다. 이곳 침팬지들은 원숭이 사냥으로 유명했던 터라 최상의 촬영지가 됐다. 그런데 침팬지가 너무 많은 것이 문제였다. 날마다 따라 다녀야 할 타깃 침팬지를 바꾼다면 사회적 상호작용을 촬영한다 하더라도 똑같은 상황에서도 각 침팬지들의 행동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것 같았다. 이 침팬지를 연구대상으로 삼은 예일대 인류학과 데이비드 와츠 박사가 "침팬아프리카 침팬지인데 뛰다가 앉는 놈은 서아프리카 침팬지가 나온다"라고 농담을 했다. 이러다간 우리 취재진도 싸운 침팬지와 화해하는 침팬지를 서로 다른 침팬지로 설명해야 할 판이었다. 이래서는 집중도가 생기지 않는다. 다시 다른 대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 아른험 침팬지 집단

네 덜란드의 아른험 침팬지 집단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비록 야생 침팬지는 아니지만 이들은 비교적 넓은 방사장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침팬지 집단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촬영하기에는 최상의 집단일 거라 생각했다. 2007년 5월, 3주 동안 이곳 답사촬영을 진행했다. 이곳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 야외 방사장을 원으로 생각한다면 사실상 모든 각도에서 촬영이 가능했다. 침팬지 개체수도 적절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이들이 야외 방사장에서 보내는 하루 8시간동안 침팬지들이 우리의 시야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제 자연스러운 행동을 촬영할 수 있는 장소들은 모두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제작본부 신동화 차장대우)

출처: http://sbsnow.sbs.co.kr/news/now_main_news.jsp?id=34962

SBS [침팬지 사람을 말하다] 제작후기 ② - 제작본부 신동화PD 

지 난해 창사특집 자연사 다큐멘터리로 방송된 [침팬지 사람을 말하다] 3부작은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관심을 얻었고, '2008 방송위원회 대상'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5년간 15개국을 취재, 유인원을 통해 새롭게 해석되는 인류 진화에 관한 보고서인 [침팬지 사람을 말하다]의 제작기를 신동화 PD에게 들어보자.
(※ 이 내용은 'Videoplus' 2007년 12월호에 게재된 제작후기를 신동화PD의 동의를 얻어 축약한 것으로 1, 2부로 나눠 싣는다.)

▶ 엉뚱한 제안

침팬지 연구는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다양하다. 그리고 인지과학은 이해하기도 힘든 어려운 과학 용어들로 표현되기 때문에 촬영지 선택 이전에 침팬지들이 도대체 무슨 일들을 하고 있는지도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에 마쯔자와 박사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15년 만에 열리는 대규모 영장류 학회에 함께 가자는 제안이었다.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에는 최선이라는 것이었다. 4년간의 교류로 박사에 대한 신뢰도 싹텄던 터라 일단 믿고 따라가 보기로 했다.

▶ 특이한 학회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실험실 연구자들도 야생 연구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연구과정을 모두 촬영해놓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전체적인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음은 물로 어떤 그림들을 기대할 수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학회까지 쫓아온 동양의 PD를 다소 놀라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던 연구자들은 섭외와 촬영을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 변덕스러운 날씨를 위한 색온도

촬영에 사용한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빛에 민감해 날씨가 조금만 바뀌어도 화이트 밸런스를 다시 설정해야할 정도였다. 네덜란드 아른험 연구소는 햇빛이 쨍쨍했다가도 곧 구름이 끼고 다시 맑아지는가 하면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도 하는 전형적인 북유럽의 여름 날씨였다. 우리는 결국 화이트 밸런스를 맞추는 것을 포기하고 날씨가 변하는 순간마다 색온도를 재설정하는 방법을 썼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네덜란드의 경험을 살려 콩고 보노보 보호소에서는 다른 방법을 선택했고, 화질에 약간 손해를 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그림을 얻어낼 수 있었다.

▶ 3D 제작

촬영 외에도 특히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3D 제작이다. 3D는 중요한 과학적 일화를 재연하기 위해 사용했다. 침팬지의 CG는 오토데스크의 3D 그래픽 소프트웨어인 Maya를 사용했다. Maya는 Visual FX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로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프로그램이다.

▶ 자연다큐멘터리 + [그것이 알고 싶다]

시사를 할 때 프로그램 성격에 대해 자연다큐멘터리와 [그것이 알고 싶다]를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야생에서 포착한 영상만으로도 프로그램 제작이 가능하지만 뭔가를 파헤치는 논리적 속도를 위해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편집했다.
편집은 어떤 장면을 붙일 것인가의 문제라기보다 무엇을 버릴 것인가의 문제다. 총 촬영원본이 1000여 개에 달했다. Premiere에 소스를 넣고 분류하는 데만 한 달 반이 걸렸다.

▶ 쉽지 않은 편집

편집 작업을 위한 지도 작성은 행동을 중심으로 했다. 기본적인 팩트에 해당하는 행동의 목록을 만들고 그 위치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게 프리뷰를 만들었다. 파일명도 행동검색이 가능하게 지정해 필요하면 검색을 통해 위치를 파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일 찾는 일은 아주 힘든 작업이었다. 숙련된 자료조사원이 필요한 컷 하나를 찾는데 보통 이틀이 걸렸다. 가장 힘든 편집이었다. 차라리 촬영이 쉬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것은 SBS가 추진하고 있는 HD 영상공유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 HD 영상공유시스템

HD 영상공유시스템 서비스는 본래 [SBS 스페셜]이 시범 서비스 스타트를 끊게 돼있었는데, [침팬지 사람을 말하다]가 영상공유시스템을 이용한 첫 제작물이 됐다. 이 시스템의 운용목적은 어디서나 영상 편집을 하고 편집하던 것을 볼 수 잇게 하는 것이다.
영상공유시스템은 HD 제작환경을 모두 디지털화하고 편집 시 불필요한 과정을 줄이면서 HD 방송의 질을 향상하는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 이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에 1000개가 넘는 촬영원본을 효율적으로 편집할 수 있었다.

▶ '관계'의 중요성

처음 시도해보는 장기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필자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 그것은 제작에 있어서 '관계'라는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의 실감이다.
같은 사람을 5년 정도 대하게 되면 표면적인 테크닉만으로는 관계 유지가 불가능하다. 신뢰를 충실하게 쌓아가지 않으면 관계가 어그러진다. 그러면 프로그램도 어그러지게 마련이므로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 두 가지 원칙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하나는 연구자들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존중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연구자들의 입장이 시간이 지나면 변하게 될 것이라는 강한 희망 혹은 신념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멋지고 새로운 연구가 있어도 학술지에 실리고 나서야 제작에 반영할 수 있는 길이 열기는 것으로 진정성과 긴 호흡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다음 계획은 이제 안정된 ESP 시스템을 활용해 한 침팬지의 성장과정을 10년 정도 따라잡는 기획을 준비하려 한다.
HD 카메라를 투입해 10년 정도 야생침팬지를 촬영하는 계획이 마무리 되면 아마 BBC나 디스커버리를 능가하는 자연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마음의 뿌리를 기록하는데 어쩌면 10년도 짧은 시간일 수 있다. 한 30~40년 정도 촬영을 진행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그러면 평균 수명이 40세 정도인 침팬지의 일생을 모두 담은 기록적인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도 만든 적이 없는 그런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물론 그동안 쌓아온 연구진과 취재진 사이의 신뢰와 배려를 바탕으로 완성될 것이다.

(제작본부 신동화 차장대우)

출처: http://sbsnow.sbs.co.kr/news/now_main_news.j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