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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모래밭이 펼쳐진 ‘한강’ 다시 볼 수 있다면

인서비1 2010. 4. 3. 14:49

은빛 모래밭이 펼쳐진 ‘한강’ 다시 볼 수 있다면

마이데일리 | 박엘리 | 입력 2010.04.03 08:13 |

 

 

혹시 '강수욕'이란 말을 아십니까? 2010년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강수욕'이란 단어보다는 '한강 투신자살'이 더 익숙할 지 모를 일이다.

불과 4~50년 전 한강의 모습은 믿기 힘들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한강 백사장에 나와 강수욕을 즐기는 시민들의 쉼터였으며 은빛 모래밭이 펼쳐져 있었고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행복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한강은 겉보기엔 화려하고 산뜻할지 몰라도 물고기가 알을 낳을 수조차 없는 곳이 됐으며 시민들이 손과 발을 담글 수 없는 물만 가득한 콘크리트 수로가 돼 버렸다.

대대적인 준설고 보 설치, 호안의 콘크리트 블록화 등으로 한강의 자정작용을 훼손한 까닭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하고도 수질개선에 실패했다.

대한하천학회와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해 30일 열린 '서울 한강의 생태적 복원' 심포지엄에서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한강종합개발사업이 20여년이나 지났지만 한강은 아직도 그것이 남긴 깊은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병옥 소장에 따르면 BOD, COD, 총인의 '2009년 월별 수질자동측정망' 자료를 살펴보면 한강종합개발사업 구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간은 '보통' 이상의 양호한 수질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강종합개발사업 구간의 수질은 갈수기의 경우 전 조사지점에서 '약간 나쁨', '나쁨'으로 떨어져 낙동강 중‧하류에 비해서도 나쁜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총인뿐만 아니라 BOD와 COD의 경우에도 이 구간에서 급격하게 나빠짐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언론 보도를 통해 "한강이 수생태계가 살아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했던 사람들은 이 같은 사실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강이 살아나고 있다'는 주장의 이면을 살펴보면 그 근거로 어류의 종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황쏘가리나 은어처럼 오래전 한강에서 사라졌던 어종이 발견됐다는 점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안병옥 소장은 이에 대해 "황쏘가리와 은어가 돌아왔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한강의 수질이 개선되고 생태계가 완벽하게 살아났다고 해도 무방하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한강 상류에서 거의 매년 황쏘가리와 은어 치어를 수만에서 수십만 마리씩 방류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눈을 감는다"고 지적했다.

2005년 5월23일자 서울시 '하이 서울뉴스'에 따르면 그해에만 20만 마리의 은어 치어를 방류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강 생태계 조사에서 은어가 불과 1~2개체만 발견됐다는 것은 오히려 한강 생태계의 서식 여건이 여전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안 소장은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88올림픽을 앞두고 급조된 한강의 콘크리트 시설들, 수중보와 호안축대를 제거해 4~50년 전 한강의 모래밭을 되살리고 숲길을 조성하자고 주장했다.

2000년대에 독일 뮌헨시가 복원한 '이자르강' 모래톱에도 일광욕을 위해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듯 서울도 한강을 복원해 시민과 생물에게 되돌려 주자는 것이다.

상지대학교 문화컨텐츠학과 홍성태 교수는 "전두환 정권의 '한강종합개발'은 강의 본래 형태와 특성이 크게 파괴됐다는 점에서 '한강종합파괴'에 가까웠다"며 "이런 점에서 한강의 복원은 호안과 보의 철거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강을 되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것은 한강의 신곡보와 잠실보, 콘크리트 호안을 철거하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곡보와 잠실보가 유람선의 운항을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나 존치 이유가 없으며 하천 생태와 경관에 대한 악영향이 심각한 반면 치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도 아니어서 대부분의 구간을 해체해도 무방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전대학교 토목공학과 허재영 교수는 "세계는 이미 댐의 철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상당수의 실적도 있다"며 "그것이 하천의 자연환경을 회복하는 길이며 댐을 유지하는 것보다 더욱 가치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오창환 교수도 "서울 시민들이 강수욕을 할 정도의 수변 지역을 만들기 위해선 최소한 3급수의 수질을 확보해야 하는데 신곡보를 철거하면 깨끗한 물이 들어오기 때문에 희석효과가 좋다"며 "비점오염원 관리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고 다 잡을 수도 없는데 두 개 보를 철거함으로써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3급수 수질 달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은 살아있다'의 저자 최병성 목사는 "과연 한강에 아름답던 모래섬과 백사장이 살아 있었다면 콘크리트 어항인 청계천과 매연 가득한 광화문 광장에 시민들이 찾아왔을까"라며 "수천억을 투입한 한강 르네상스 공사 후에도 강에 들어갈 수 없음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의 한강은 강이 아니라 물고기가 알도 낳을 수 없는 죽음의 수로이며 수로에 불과한 한강이 시민들의 안식처로 거듭날 때 서울은 사람 살만한 행복한 도시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최 목사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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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제휴사 / 메디컬투데이 박엘리 기자 ( ellee@md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