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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 권순자

인서비1 2010. 1. 2. 10:02



당신

                        권  순  자


꽃잎처럼 곱던 당신,
비바람이 할퀴어
햇볕에 데어
거칠어진 모습으로 다가서지만
여리던 그대가 이제
당당하고 거세게 노를 젓는 게 보인다
세월이 물려 주고 간 건
아름다움 대신 씩씩함인 것을
단단한 열매로 익어, 땅에 떨어져
또 하나의 싹을 틔울 때까지 견딜 수 있는
인내를 키워낸 것을

그대 눈 속에 빛나는 웃음은
숱한 눈물이 씻어낸 신산스런 삶의
발효물

그대의 어깨에 앉은 세월을
내 거둬갈 수 있다면
그대 가슴에 갇힌 메아리를
내 풀어줄 수 있다면

그대 가슴에 비집고 들어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