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권 순 자
꽃잎처럼 곱던 당신, 비바람이 할퀴어 햇볕에 데어 거칠어진 모습으로 다가서지만 여리던 그대가 이제 당당하고 거세게 노를 젓는 게 보인다 세월이 물려 주고 간 건 아름다움 대신 씩씩함인 것을 단단한 열매로 익어, 땅에 떨어져 또 하나의 싹을 틔울 때까지 견딜 수 있는 인내를 키워낸 것을
그대 눈 속에 빛나는 웃음은 숱한 눈물이 씻어낸 신산스런 삶의 발효물
그대의 어깨에 앉은 세월을 내 거둬갈 수 있다면 그대 가슴에 갇힌 메아리를 내 풀어줄 수 있다면
그대 가슴에 비집고 들어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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