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어린왕자

어린왕자 13

인서비1 2009. 9. 6. 13:24
                                                  이전장 

                                                    

    네번째 별은 장사꾼의 별이었다. 그 사람은 어찌나 바른지 어린 왕자가 찾아왔는데도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담배불이 꺼졌군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셋에다 둘을 더하면 다섯, 다섯에 일곱을 더하면 열 둘, 열 둘에 셋을 더하면 열 다섯, 안녕. 열 다섯에 일곱을 더하면 스물 둘, 스물 둘에 여섯을 더하면 스물 여덟, 다시 담배불 붙일 시간이 없어. 스물 여섯에 다섯을 더하면 서른 하나라. 휴우! 그러니까 오억 일백 육십 이만 이천 칠백 삼십 일이 되는구나."

    "뭐가 오억이야?"

    "응? 너 아직도 거기 있니? 저, 오억 일백만...... 도무지 틈을 낼 겨를이 없구나...... 너무 바빠서. 나는 중대한 일을 하는 사람이야. 허튼 소리 할 시간이 없어! 둘에다 다섯을 더하면 일곱......"

    "뭐가 오억인데?" 한번 한 질문은 절대로 포기해 본 적이 없는 어린 왕자가 다시 물었다.

    장사꾼은 고개를 들었다.

    "이 별에서 오십 사년 동안 살고 있는데 내가 방해를 받은 적은 딱 세번뿐이야.
    첫번째는 이십 이년 전이었는데, 어디서 왔는지 모를 웬 풍뎅이가 날 방해했어.
    그게 어찌나 요란한 소리를 내는지 계산이 네군데나 틀렸었지. 두번째는 십이년 전이었는데, 신경통 때문이었어. 난 운동부족이거든. 산보할 시간이 없으니까. 난 중대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서 그래. 세번째는 바로 지금이야! 가만있자, 오억 일백만이었겠다......"

    "뭐가 오억 일백만 이라는 거지?"

    장사꾼은 조용히 일하기는 글렀다는 걸 깨달았다.

    "때때로 하늘에 보이는 그 작은 것들 말이야."

    "파리?"

    "아니, 반짝거리는 작은 것들 말이야."

    "꿀벌?"

    "아니, 게으름뱅이들을 멍청이 공상에 잠기게 만드는 금빛나는 작은 것들 말이야.
    헌데 난 중대한 일을 하는 사람이거든! 공상에 잠길 시간이 없어."

    "아! 별 말이군?"

    "그래 맞아, 별이야."

    "오억의 별들을 가지고 뭘 하는 건데?"

    "오억 일백 육십 이만 이천 칠백 삼십 일개야. 나는 중대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고 정확한 사람이지."

    "그런데 별을 가지고 뭘 하는 건데?"

    "뭘 하느냐고?"

    "응."

    "아무것도 안해. 그것들을 소유하고 있는거지."

    "별들을 소유하고 있다고?"

    "그래."

    "하지만 내가 전에 본 어떤 왕은......"

    "왕은 소유하지 않아. 그들은 다스리지. 그건 아주 다른 얘기야."

    "그럼 그 별들을 소유하는게 아저씨에게 무슨 소용이 되는데?"

    "부자가 되게 해주지."

    "부자가 되는게 무슨 소용이 있어?"

    "다른 별들이 발견되면 그걸 사는데 소용되지."

    '이 사람도 그 술꾼처럼 말하고 있군' 하고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그래도 질문은 계속했다.

    "별들은 어떻게 소유한담?"

    "별들이 누구꺼지?" 장사꾼은 두털대며 물었다.

    "모르겠는걸. 그 누구의 것도 아니겠지."

    "그러니까 내 것이지. 내가 제일 먼저 그 생각을 했으니까."

    "그러면 아저씨 것이 되는 거야?"

    "물론이지. 임자 없는 다이아몬드는 그걸 발견한 사람의 소유가 되는 거지.
    임자가 없는 섬을 네가 발견하면 그건 네 소유가 되는 거고. 네가 어떤 기막힌 생각을 제일 먼저 해냈으면 특허를 맡아야해. 그럼 그것이 네 소유가 되는 거야. 그래서 나는 별들을 소유하고 있는거야. 나보다 먼저 그것들을 소유할 생각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

    "하긴 그렇군. 그렇지만 아저씨는 별들을 가지고 뭘해?"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것들을 관리하지. 세어보고 또 세어보고 하지. 그건 힘든 일이야. 하지만 나는 진지한 사람이거든!"

    어린 왕자는 그래도 흡족해 하지 않았다.

    "나는 말이야. 머플러를 소유하고 있을 때는 그것을 목에 두르고 다닐 수가 있어.
    또 꽃을 소유하고 있을 때는 그 꽃을 꺽어 가지고 다닐 수 있고. 하지만 아저씨는 별들을 꺽을 수가 없잖아!"

    "그럴 수는 없지. 하지만 그것들을 은행에 맡길 수 있지."

    "그게 무슨 말이야?"

    "조그만 종이 조각에다 내 별들의 숫자를 적어 그것을 서랍에 넣고 잠근단 말이야."

    "그리고 그뿐이야?"

    "그뿐이지"

    '그거 재미있는데, 제법 시적이고. 하지만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군.' 하고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어린 왕자는 중요한 일에 대해서 어른들과 매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말이야 꽃을 한 송이 소유하고 있는데 매일 물을 줘. 세 개의 화산도 소유하고 있어서 주일마다
    그을음을 청소해 주고는하지. 불이 꺼진 화산도 청소해 주니까 세 개란 말이야.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거든. 내가 그들을 소유하는건 내 화산들에게나 꽃들에게 유익한 일이야.
    하지만 아저씨는 별들에게 하나도 유익하지 않잖아......"

    장사꾼은 입을 열어 무슨 말을 하려 했으나 대답할 말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어린 왕자는 떠나버렸다.

    '어른들은 아주 이상야릇하군.' 하고 어린 왕자는 여행하면서 혼자 속으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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