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꿈나무’… 초·중·고생 24% 현재 ‘위기 상태’
전문계고생의 42%, 재혼가정의 40% 학교생활 적응못해
우리나라 초·중·고교 학생 5명 중 1명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위기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문계고에 재학 중인 재혼 가정의 남학생’이 위기학생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문화일보가 27일 교육과학기술부를 통해 입수한 ‘위기학생 실태조사 및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위기학생’(추정치)은 전체 학생수의 23.9%인 약 177만9871명에 달했다. 보고서는 차명호 평택대 교육대학원장 연구팀이 교육과학기술부 지원을 받아 2009년 10~11월 전국 81개 초·중·고교 학생 7262명을 설문조사해 작성했다. 연구팀이 조사대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위험요인과 보호요인 각각 5개 척도의 점수를 비교 분류한 결과, 또래의 부정적 압력이나 가족적 위험요인 등 위험요인이 높고 자아존중감, 부모의 관리와 감독 등 보호요인은 낮은 ‘고위기학생’은 전체의 4.5%로 전국에 약 33만5122명이나 됐다. 학생들의 분포는 위험요인과 보호요인의 정도에 따라 고위기학생 외에 ▲준위기학생 19.4% ▲취약학생 1.1% ▲적응유연학생 0.2% ▲일반학생 49.8% ▲적응학생 18.0% ▲고적응학생 6.9%로 나타났다.
위기학생의 특성을 살펴본 결과, 학교급 별로 전문계고 학생 중 위기학생 비율이 42.1%로 가장 높았다. 전문계고 재학생 10명 중 4명은 위기학생인 셈이다. 인문계고의 경우 31.5%, 중학생 28.5%, 초등학생은 14.3%가 위기학생이었다. 또 재혼가정 자녀 가운데에는 40.5%가 위기학생인 것으로 나타났고, 학업성적이 하위권인 학생의 43.3%가 위기학생이었다. 이밖에 여학생(21.6%)보다는 남학생(26.5%)이 위기학생 비율이 높았다.
◆ 위기학생 =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정책적으로나 교육적·심리적으로 적절한 개입 없이는 학교가 제공하는 긍정적 교육경험을 하지 못하거나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학생을 이르는 교육용어.
강버들기자 oiseau@munhwa.com
둘중 한명꼴 음주…본드·임신·성폭력 ‘무너지는 꿈나무’
‘위기의 학생들’ 누구인가? 22가지 위험행동서 상대적으로 많은 경험
전국 초·중·고교생 5명 중 1명꼴인 ‘위기학생’은 성별 및 임신 경험, 본드 및 가스흡입, 성매매 및 성폭력 등 심각한 위험행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명호 평택대 교육대학원장 연구팀이 조사대상 7262명에게 39가지에 이르는 개인적·가족적·학교적·사회적 ‘위험행동’을 제시하고 경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위기학생은 무려 22가지 위험행동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경험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기학생이 가장 많이 경험했다고 답한 위험행동으로는 개인적 위험행동 가운데 음주경험(47.1%), 인터넷 중독(38.0%), 인터넷 게임 및 채팅(36.0%), 흡연(27.2%), 키스(22.9%), 우울장애(20.2%), 자살시도(19.4%), 성관계(8.0%), 본드 및 가스 흡입(5.3%), 성병 및 임신(4.2%), 후배위협(3.4%) 등이다. 가족적 위험행동 중에서는 부모 돈 훔침(28.4%), 부모에게 욕설(21.4%), 가출(18.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학교적 위험행동 중에서는 공부 무관심(47.1%), 학교자퇴·전학고민(18.6%)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사회적 위험행동 경험비율도 도박(43.6%), 음란물(40.7%), 남의 물건 망가뜨림(26.1%), 공공기물 파손(20.1%), 성매매 및 성폭력(3.7%), 마약 사용(3.6%) 등에서 높았다.
조사 결과 위기학생들은 다른 집단 학생에 비해 특히 심각한 종류의 위험행동을 더 많이 경험하고 있었다. 심각한 위험행동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다른 종류의 위험행동 경험 비율보다 낮았지만 사회적 위험정도에 비춰 볼 때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위기학생과 적응 유연학생은 모두 위험행동의 빈도가 높았지만 적응 유연학생의 경우 본드 및 가스 흡입, 성병 및 임신, 성매매 및 성폭력과 같은 고위험행동은 위기학생에 비해 낮았다”고 분석했다.
취약학생 중에서는 본드·가스 흡입과 성병·임신을 경험한 학생이 각각 3.6%, 성매매 및 성폭력 경험자는 2.4%에 불과했다. 3가지 위험행동을 경험한 적응 유연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전체 응답자 중 가장 많은 수가 경험한 위험행동은 개인적 위험행동 중 ‘친구에게 거짓말하는 것’과 ‘음주’였고, 가족적 위험행동 중에서는 ‘부모님 돈 훔침’과 ‘야간 거리 배회’였다.
강버들기자 oiseau@munhwa.com
“저학년·초기 위험단계서 바로잡아야”
전문가 “중학교 진학때 위기학생 급격 증가”
청소년기에 경험하는 위험행동은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지만 위험행동이 극단적 문제행동으로 진행될 경우 학업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위험행동이 극단으로 치닫기 전인 저학년·초기 위기 단계에서의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학교 제도 안에서의 발빠른 조치가 중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위기학생실태조사 및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생 중 위기학생의 비율은 14.3%에 불과하지만 중학생의 위기학생 비율은 28.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차명호 평택대 교육대학원장 연구팀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하는 시기에 위기학생이 급격하게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Wee센터에 근무하는 한 상담교사는 “정서적인 문제는 아동기부터 내재된 것으로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해 초등학생쯤 되면 심각한 수준의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된 전국의 초등학교는 단 2곳에 불과하다.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된 곳은 중학교 243곳, 고등학교 330곳으로 교육 당국은 “더 급한 곳부터 배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학교에 진학한 다음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초등학교에서 바로잡을 수 있도록 초등학교의 위기학생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기학생에 대한 개입은 학교 안에서 이뤄질 때 가장 큰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팀은 연구 보고서에서 “학생들의 위험행동을 증진시키는 위험요인 중 학교적 위험요인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으며, 학생들의 위험행동을 제어시키는 보호요인 중 학교의 긍정적 경험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교사와 학생 관계를 강화하는 훈련과 위기학생의 관점에서 오감을 자극하는 교수방법, 처벌이 아닌 교정적 교사지도 능력 육성 등의 교수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대안위탁교육기관에서 소위 ‘문제 학생’을 맡아 가르친 한 교사는 “각종 게임 등을 통해 몸을 움직이는 상담기법을 도입하고, 훈계보다는 칭찬을 거듭하는 사이 학생들이 몰라보게 변하는 것을 수도 없이 경험했다”고 말했다.
강버들기자 oisea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