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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월 50만원 쓰면 내신 3등급 이상 확률 2배

인서비1 2010. 9. 24. 09:46

사교육비 월 50만원 쓰면 내신 3등급 이상 확률 2배

구체적 ‘상관관계’ 첫 분석… 지출액 따라 급격한 차이

 

 한 달에 사교육비로 평균 50만원을 지출하는 고등학생이 내신성적 3등급 이상에 속할 확률은 이 학생이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을 경우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지출과 내신등급의 관계를 구체적 수치로 추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성균관대 김민성 교수(경제학부)가 한국교육고용패널자료를 이용해 작성한 < 고등학교 내신성적에 대한 사교육비 지출의 효과 > 논문에 따르면 사교육비가 증가할수록 높은 내신등급에 속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논문은 2004년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인문계 고등학생 684명의 가구 월소득,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 내신성적, 학습시간을 추적 조사해 사교육비와 내신성적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김 교수는 학교 성적과 경제적 환경 등이 모두 평균인 고3 학생을 분석 모델로 설정했다. 이 학생이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을 경우 내신성적이 1등급에 속할 확률은 1.4%였다. 그러나 이 학생이 월평균 24만3000원의 사교육비를 쓰면 1등급이 될 확률은 2.4%로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사교육비가 50만원으로 올라가면 1등급 확률은 4.0%, 100만원 지출 땐 11.1%, 200만원 지출 때는 52.5%로 급상승했다. 또 이 학생의 내신성적이 4등급 이하일 확률은 사교육비를 전혀 쓰지 않을 경우 74.6%였지만, 월 100만원의 사교육비를 쓸 경우 24.9%로 낮아졌다.

또한 월평균 사교육비 1만원은 이 학생이 1주일에 1시간 혼자 학습하는 것과 비슷한 영향을 내신에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월 사교육비로 30만원을 쓴다면 이 학생이 주당 30시간 혼자 학습하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가구 소득이 1만원 늘어날 경우 사교육비는 550원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비에 지출하는 절대금액이 많아져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내신등급 격차도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별로는 서울 및 광역시에 거주하는 가구가 중소도시 가구보다 월평균 사교육비를 각각 30만원과 14만원 더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서울과 광역시의 사교육 경쟁은 중소도시보다 더 치열해 사교육비 지출이 내신 향상에 미치는 효과는 지방보다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민성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학입시에서 내신성적 반영비율을 확대하더라도 사교육 억제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면서 "그러나 연구주제의 특성상 통계모형에서 도출된 수치의 정확성에는 일정 한계가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유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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