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行
홍 신 선
1. 고요에 먹먹하게 가는 귀 먹은 한 때는 이 고장에서 떼를 엮었음직한 기암괴석 영감 서넛이 서로 엉뚱한 낯으로 딴전부리며 서있다 읍내 주막거리 킬킬대며 누비던 화냥년 시간에게 목숨도 뒷돈도 또 불알마저도 오래전 모두 털리고 돌아와 동강 상류 그들은 그렇게 거덜난 위대한 기다림으로 용도 폐기된 삭은 뗏목 몇 척으로 잔류하고 있다 수몰 뒤엔 다시 띄울 수 있을까 고색창연한 맞배지붕의 미륵전처럼 떠있는 하늘 속 어디 그들이 건너다니던 삭제된 물길 위로 다시.
2. "업으바 업으바" 등 편안히 내어주고 업히라는 꼭 내 무명저고리 입은 누님같은 구름 뒷꼭두에 실은 벌써 돌잡이만한 햇살이 업혀있다 곤한 얼굴로 잠들어 있다
낯 모르는 죽음에 업혀서 천진스레 웃는 그 애놈처럼 삶 일대가 별뜻없이 느긋하다.
3. 일부러 앙다문 입 벌려서 들여다 보는 담배꽃의 노오란 저 깊은 기관지 속
생공기로 팽팽하게 목숨 갈고있는 허파꽈리같은 그 꽃들이 혼자서 혹은 단체로 가볍게 떠 있는 민박집 어라연 상회 못미쳐쯤
강바닥 돌틈에 숨은 바가사리만한 등푸른 늦여름이 이따금 폐활량 큰 아가미를 열었다 닫는다 자갈밭에서는 코펠에 다듬어 안친 마음이 짧게 끓어 넘친다 서쪽 공기의 앞섶에 벌건 국물이 흥건하게 엎질러져 있다.
4륜구동으로 전환한 떼처럼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