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돈이 필요하다 / 김영희
영양제보다 진통제가 더 잘 나간다는 민 약국
골목에 줄줄이 앉아있는 아낙들
절이고 말린 보따리 봉지봉지 펼쳐놓았다.
촌두부 이천 원 청국장 이천 원,
무말랭이 시래기 깻잎장아찌 삼천 원,
어디에선가 본 듯
손대중으로 담은 삶의 무게들이 고만고만하다.
속내 다 꺼내놓고
명태처럼 덕장에 매달려 얼었다 녹았다.
빈 생을 살아온 여인들
굴묵허리 내걸린 시래기 같이
한 줌 햇살에 물기 빠지며 말라가는 생
사리돈이 필요하다.
시집 <저 징헌 놈의 냄시> 리토피아포에지.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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