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밥 / 공광규
겨울 아침 인도 위에
비둘기 한 마리가 깃털을 덮고 누워 있다
썩어 먹다 남은 토사물이
주검 옆에 얼어 있다
부러진 고개를 걲고
빨간 발을 오므린 채
신축빌딩 아래서 삶을 멈춘
그의 깃털을 찬바람이 흔들고 있다
오늘 새벽 슬픈 부리로
얼어 있는 토사물을 찍어 먹다
발길에 채었거나 갑자기
날아가려다 시멘트벽에 부딪혔을 것이다
눈앞에 두고 간 밥을
저승에서도 못 잊겠는지
차마 감지 못한 눈으로
서울 하늘 아래 추운 밥을 바라보고 있다.
시집 <소주병> 실천문학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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