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촌토성
강정식
높은 흙담 오늘도 시린 강바람 막고 섰는데 들일 끝낸 남정네들 곰다리께서 다리 쉼 하느라 해가 짧고 아낙들 웃음소리 넘쳤던 냇가 빨래터 천년 넘은 세월이 무명처럼 바래 있다 성 안의 백성들 무슨 큰 꿈을 키웠기에 곰말*이라 했을까 아니면, 모두가 허망한 꿈이던가 늙은 은행나무 한 그루 오늘도 무너져 내린 흙담 끝자락 붙잡고 혼자서 지키고 섰다 바람처럼 스러져 간 백제 사람들 소박했을 꿈도 빛을 잃어 토성에 걸린 적막한 저녁 노을
*곰말: 꿈마을(夢村)의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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