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
강정식
곤고한 날들만큼이나 헤어진 검정 물 옷 입고 해풍에 등 대고 기다리는 푸른 바다로 물질을 간다 질척대는 남편에게 몸을 주듯 철썩이는 물살에 내어 주고 자맥질해 내려간다 갈매기조차 놓고 간 시간 속으로 파도에 밀려온 날들만큼이나 칙칙하고 어둑해진 물속 죽고 사는 것이 숨 한끝 밖인 그 가장자리 천년을 가라앉아 기다리고 있는 바위 문 두드려 본다 과거와 지금 사이에서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물밑과 기다리는 이 없는 날들 사이를 들락이면서 눌러 참았던 목쉰 날숨 소리만 길게 대답 없는 바다를 부른다 갈매기를 부른다
차가운 물살 그녀를 끌어안고 놓으려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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