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리역
김명기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가보기에 좋은 곳이리 세상에 아주 없는 주소지처럼 애써 기억하지 않아도 첫차도 막차도 없으니 애달프게 기다릴 마음조차 없는 곳 도계나 통리쯤에서 기차를 타고 멈출 듯 지나치다보면 지금쯤 붉은 개옻나무 옆 잎 진 벚나무나 개나리 더없이 쓸쓸할 그 곳 아직도 곡진하다는 말 마음속에 품었다면 완곡한 철로변에 우두커니 서서 어둠처럼 밀려가는 컴컴한 침목 사이 차곡차곡 내려않은 녹슨 자갈들이 서로 모서리를 맞대고 갈라진 틈의 무게를 어떻게 견뎌내느지 헤아려보아도 좋을 일 그래도 떠나보낸 당신 마음이 도저히 내려설 수 없는 곳이거든 아예 오지 않는 듯 돌아서도 아무도 기억하는 이 없으리 어차피 아주 없는 주소지처럼 세상에 서 있을 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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