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것들에게
김학산
황혼이 깃을 내린 창가에서 푸르른 너희들을 손질하며 울컥 뜨거운 마음 하나 있어 너의 심장으로 난 소리를 엿듣는다
인간이란 존재의 이름으로 내 너를 얼마나 난도질 했던가 꽃이라 불러서 너 꽃이 아닌 것을 빛나는 명사로 아름다운 형용사로 팽이처럼 빙빙 돌려 너 얼마나 어지러웠을까
하늘의 뜻이라고 우기며 언어의 칼을 마구 휘둘러댔던
천지는 인자하지도 잔인하지도 않을 뿐 한 잎 낙엽에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나 낙엽의 가는 길을 너무 잘 아는, 소위 목적론적 가치의 개입주의자들에 의하여 이 세상은 까맣게 망쳐지고 있거늘
우리의 만남은 늘 이토록 푸르러 너희들의 가슴 가슴에 손을 넣어 본다 가지마다 허와 자족이 바람사이를 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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