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기다리며
이민정
하루 세 끼 밥을 먹기 위해 빽빽한 글자로 메워진 문제집과 참고서들을 끼고 한 통에 팔백원짜리 싸구려 백묵가루를 날리며 폐병쟁이처럼 기침을 해댄다. 오늘은 결석이 2명, 신규등록은 없다. 늘 같은 밥상이라고 갈아엎고픈 마음 세 끼 밥 먹는 사람이면 누구나 하는 생각에 나도 잠시 기우뚱
어머니는 돈 벌어 오라시구요 어머니는 돈 좀 많이 벌어 오라시구요 어머니는 제발 돈 좀 많이 벌어 오라시구요 어머니는 제발 돈 좀 많이 벌어 나 좀 쉬자 하시구요
초등학교 다닐 때 썼던 지랄같은 생활조사서 달라진 것 없는 이력서는 변비처럼 더부룩하다. 우리 집엔 냉장고가 있어요. 우리 집엔 텔레비전이 있어요. 우리 집엔 젠장할, 무너질게 뻔한 행복이 있어요. 남들 다 다닌 학교 다녔는데 남들 다 배운 기술 배웠는데 남들 다 다닌 직장 다녔는데 남들 하는 대로 그저 열심히 따라했는데 남은 것은 휴지보다 못한 졸업장 달랑, 하나
층층이 늘어선 아파트 속에 겹겹이 쌓인 건물들 틈에 내 이름 붙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허기 마흔에는 이런 것도 죄악이 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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