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좋은글

강물의 노래 / 전병조

인서비1 2010. 1. 2. 10:14


강물의 노래  

 

     전병조



한껏 세상을 살아갈 수만 있다면

신의 의지에 거역치 않고
맘껏 세상을 껴안고 살아갈 수만 있다면

저기 그늘진 처마밑 제비가 지저귀는 것과
길모퉁이 아이들이 웅성거리는 것 쯤은

개의치 않고 자동차가 달려왔다

일상처럼 흙탕물을 퉁기고 가는
이 어둡고 비좁은 한 세상

그래도 웃으며 한 평생 넘길 수 있다면
날마다 움트는 새벽

그 새싹들을 멍들지 않게 하시고
마른 나무 꺽여져도 그 뿌리만 실할 수 있다면

사월이여
해마다 잔털갈이 바람 앓는 짐승처럼

아파도 아파도 웃으며
바다로 바다로 굽이칠 수만 있다면.